호수 사이에 자리 잡은 도시, 매디슨에서 살아간다는 것 - Madison - 1

매디슨에 처음 발을 딛던 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높은 빌딩도 아니고 위스콘신 주청사도 아니었다.

호수였다.

도심 한쪽에는 Lake Mendota가 넓게 펼쳐지고 반대편에는 Lake Monona가 있다. 그리고 그 두 호수 사이 좁은 땅 위에 도시가 길게 자리 잡고 있다.

처음에는 참 희한한 도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 지형이야말로 매디슨의 얼굴이라는 걸 알게 됐다.

Lake, City, Lake.

세 단어면 매디슨을 제법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매디슨은 위스콘신주의 주도이면서 2020년 인구조사 기준 약 27만 명이 사는 도시다.

밀워키에서 서쪽으로 약 80마일, 시카고에서는 북서쪽으로 약 120마일 떨어져 있다. 아주 작은 시골 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카고처럼 정신없이 큰 도시도 아니다. 적당히 도시 같으면서 조금만 벗어나면 자연이 나타나는 묘한 크기다.

이곳에서는 호수가 특별한 관광지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다.

멘도타와 모노나를 중심으로 Wingra, Waubesa, Kegonsa까지 이어지는 호수들은 매디슨 지역의 풍경을 만든다. 다운타운에서 몇 블록만 걸어도 물이 보이고 여름이면 카약과 보트를 타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자전거를 타고 호숫가를 달리는 사람도 많다.

그러다가 긴 겨울이 찾아오면 그 넓은 호수가 얼어붙는다. 여름에 보트를 띄우던 그 자리에서 사람들이 얼음에 구멍을 뚫고 낚시를 한다. 계절이 바뀌면서 같은 장소가 완전히 다른 풍경으로 변하는 것이다.

도시의 중심에는 UW-Madison이 있다. 1848년 설립된 이 대학 때문에 매디슨은 오랫동안 대학도시의 젊은 분위기를 유지해왔다. 캠퍼스를 걷다 보면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과 연구자들을 만나게 되고, 대학 주변에는 카페와 식당, 서점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렇다고 대학 하나로 먹고사는 도시도 아니다.

위스콘신 주정부가 있고 UW Health를 중심으로 한 의료산업이 있으며, 조금 남서쪽 Verona에는 의료정보기술 기업 Epic Systems의 거대한 본사가 있다. 주정부와 대학, 의료, 기술기업이 한 지역에 함께 있으니 중서부의 비슷한 규모 도시와는 경제 구조가 조금 다르다.

제가 매디슨에서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도시와 자연 사이에 경계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공원이 곳곳에 있고 자전거도로가 생활권을 연결한다. 날씨 좋은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직장인과 캠퍼스로 향하는 학생들이 줄지어 지나간다. 주말이라고 멀리 차를 몰고 나가지 않아도 호숫가를 걷고 공원에 앉아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물론 겨울이 오면 낭만이고 뭐고 눈부터 치워야 한다. 호수가 얼 정도로 추운 도시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래 살다 보면 그 겨울까지 매디슨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사람들이 있다. 봄이 와서 호수의 얼음이 녹고, Memorial Union Terrace에 다시 사람들이 앉기 시작하면 긴 겨울을 견딘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매디슨은 첫눈에 사람을 압도하는 도시는 아니다. 뉴욕 같은 화려한 스카이라인도 없고 시카고 같은 거대한 다운타운도 없다.

대신 아침에 호숫가를 걷고, 낮에는 도시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물 위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이 도시를 떠난 사람들이 가끔 그런 말을 하나 보다.

다른 곳으로 가보니, 집 근처에 호수가 없는 게 이상하다고.

그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면 이미 매디슨이라는 도시에 제법 익숙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