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 핼러윈의 원조는 1973년 부에나파크 넛츠였다 - Buena Park - 1

시월만 되면 미국 마트 한쪽이 통째로 주황색과 검은색으로 변합니다. 호박, 해골, 거미줄 장식이 쌓이고, 테마파크 광고에는 하나같이 밤에 문을 여는 공포 이벤트가 등장하지요.

그런데 이 테마파크 핼러윈이라는 장르를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아시나요. 정답은 디즈니도, 유니버설도 아닌 남가주 부에나파크의 넛츠베리팜입니다.

넛츠 측은 1973년에 시작한 핼러윈 행사가 세계 최초의 테마파크 핼러윈 이벤트라고 소개합니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테마파크 핼러윈 행사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는 평가도 함께 따라다니고요.

처음 이름은 Halloween Haunt였습니다. 지금 다들 부르는 Knott's Scary Farm이라는 별명은 나중에 붙어서 아예 공식 이름처럼 자리 잡았어요.

시작은 의외로 소박했습니다. 1973년 9월, 마케팅 부서의 George Condos와 Martha Boyd, 엔터테인먼트 부서의 Bill Hollingshead와 Gary Salisbury가 운영 회의에 아이디어를 올렸다고 합니다.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한 달 남짓 만에 실제 행사가 됐다는 게 저는 제일 놀랍습니다. 요즘 회사였으면 위원회 세 번 거치고 내년으로 미뤄졌을 겁니다.

첫 행사는 1973년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딱 사흘 밤이었습니다. 시험 삼아 열어본 작은 이벤트였던 셈이지요.

사회는 당시 로스앤젤레스 TV에서 공포영화를 소개하던 Larry Vincent가 맡았습니다. 그가 연기하던 Sinister Seymour라는 캐릭터가 Ghost Host로 무대에 섰다고 하네요.

이 행사가 역사에 남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괴물 분장을 한 직원들이 안개 낀 공원을 돌아다니며 손님을 직접 놀라게 했다는 점이에요.

지금은 scare actor라고 부르는 바로 그 사람들입니다. 당시 테마파크 손님들에게는 처음 겪어보는 경험이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기존 놀이기구도 공포 버전으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Calico Mine Ride는 Ghostway Express로, Timber Mountain Log Ride는 Satan's Sawmill로 변신했고요.

지금은 없어진 Haunted Shack에는 Monster Maze가 들어섰습니다. 새 건물을 짓는 대신 있던 시설에 분장만 입힌 거죠.

저는 이 대목에서 무릎을 쳤습니다. 돈 들여 새 놀이기구를 만들지 않고, 있는 자산에 아이디어 하나 얹어서 매출을 만든 겁니다.

비수기 가을밤에 비어 있던 공원을 유료 행사로 채운 것도 영리했습니다. 말하자면 버려진 시간대를 상품으로 바꾼 셈이에요.

결과는 바로 나왔습니다. 첫해에 반응이 좋았고, 이듬해에는 매일 밤 표가 매진됐다고 합니다.

그다음은 다들 아시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테마파크들도 하나둘 가을밤 공포 행사를 열기 시작했고, 이제는 시월 테마파크의 기본 메뉴가 됐습니다.

원조가 따로 있다는 걸 알고 나면 남의 집 핼러윈 광고를 볼 때 기분이 묘해집니다. 짜장면 집이 아무리 많아도 원조 간판은 하나인 것과 비슷하달까요.

올해 2026년 행사는 53번째 Knott's Scary Farm입니다. 9월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선택된 26일 밤에 열립니다.

대체로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는데, 9월 20일 일요일은 쉬었습니다. 오후 7시에 문을 열고, 목요일과 일요일은 새벽 1시, 금요일과 토요일은 새벽 2시까지 이어집니다.

사흘짜리로 시작한 행사가 이제 한 달 반 가까이 열리는 시즌이 된 겁니다. 반세기 만에 몸집이 이렇게 불었으니, 첫 회의에 들어갔던 분들이 보면 깜짝 놀라겠지요.

혹시 이번 주말에 가볼 생각이 있으시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날짜와 표 가격은 날마다 다르니 넛츠 공식 사이트에서 먼저 확인하는 게 제일 확실합니다.

그리고 이 행사는 낮에 가는 넛츠와는 완전히 다른 곳입니다. 공원 측은 13세 미만 어린이에게는 권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으니, 가족 나들이 기분으로 갔다가는 곤란해질 수 있어요.

15세 이하는 21세 이상 보호자와 함께 와야 입장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아이들과 핼러윈 기분을 내고 싶다면 낮에 열리는 가족용 행사 Knott's Spooky Farm 쪽이 훨씬 마음 편합니다.

저는 겁이 많은 편이라 이런 데 가면 남들 뒤에 바짝 붙어 다닙니다. 앞장서는 사람은 늘 따로 있고, 저는 그 사람 등만 보고 걷는 타입이죠.

그래도 이 행사의 역사를 알고 나니 한 번쯤은 제 발로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1973년의 그 사흘 밤이 어떤 식으로 지금까지 이어졌는지 직접 보고 싶거든요.

제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거창한 정부 지원이나 대형 투자가 아니라, 직원 몇 명의 아이디어와 현장의 재치에서 시작됐다는 점 때문이에요.

좋은 아이디어는 꼭 큰돈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고객이 뭘 원하는지 먼저 알아채는 사람이 시장을 만든다는 걸 이 행사가 보여줍니다.

올 시월 어디선가 핼러윈 공포 행사 광고를 보신다면, 그 원조가 부에나파크의 딸기농장에서 시작된 테마파크였다는 걸 한번 떠올려 보세요. 알고 보면 그 비명 소리에도 반세기가 넘는 족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