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링턴 렌트비와 모기지 비교 - Burlington - 1

벌링턴에서 매달 렌트비로 2000달러 넘게 내던 한 가정이 어느 날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이 돈이면 모기지 페이먼트를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실제로 숫자를 넣어보니 생각보다 답이 간단하지 않았다.

이런 계산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이 price-to-rent ratio, 매매가 대비 렌트비 비율이다. 집값을 1년치 렌트비로 나눈 숫자로, 이 수치가 낮으면 매매가, 높으면 렌트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본다. 벌링턴처럼 집값과 렌트비가 둘 다 높은 도시에서는 이 비율이 실제로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Zillow 기준 벌링턴의 중위 주택가치는 51만 6143달러이고, 지난 1년 사이 1.9% 내렸다. 같은 자료에서 집계한 전체 매물 유형 기준 중위 렌트비는 2100달러다. 연간 렌트비로 환산하면 2만 5200달러이고, 집값을 이 금액으로 나누면 20 근처가 나온다. 대략 15 이하면 매매 쪽, 21 이상이면 렌트 쪽이 유리하다고 보는 기준에 놓고 보면, 벌링턴은 딱 그 경계선에 걸쳐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집값은 지난 1년 새 오히려 소폭 내렸는데, 렌트비는 자료마다 다르게 나온다는 것이다. Zumper는 지난 1년 사이 벌링턴 평균 렌트비가 2% 내렸다고 집계했고, RentCafe는 반대로 5.15% 올랐다고 집계했다. 조사 대상 매물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차이인데, 결국 같은 도시 안에서도 어느 단지, 어느 유형의 집을 렌트하느냐에 따라 체감하는 흐름이 꽤 다르다는 뜻이다.

이제 렌트비 2100달러와 모기지 페이먼트를 나란히 놓고 보자. 51만 달러대 집을 20% 다운페이먼트로 사고 나머지를 30년 대출로 갚는다면, 요즘 금리 수준에서 월 페이먼트는 렌트비보다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버몬트 주 특유의 재산세율까지 더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렌트비로 모기지를 낼 수 있겠다는 계산이 겉보기와 달리 쉽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숫자로 짚어보면 이렇다. 51만 6143달러 집을 20% 다운페이먼트로 사면 대출 원금은 약 41만 달러다. 요즘 금리 수준에서 원리금만 계산해도 월 2500달러 안팎이 나오고, 재산세까지 더하면 2800달러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 렌트비 2100달러와 비교하면 매달 700달러 가까운 차이가 나는데, 벌링턴처럼 작은 시장에서는 매물 하나하나의 조건 차이가 이 격차를 더 벌리거나 좁힐 수 있다. 매물 수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같은 예산이라도 어느 동네, 어느 유형의 집을 고르느냐에 따라 월 부담이 크게 갈리는 편이다. 다운타운과 조금 떨어진 동네를 함께 놓고 비교해보면 같은 예산으로도 선택지가 꽤 달라진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매매가 항상 불리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운페이먼트를 넉넉히 준비해 대출 규모를 줄일 수 있다면, 또는 이 지역에 10년 가까이 머물 계획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출 원금이 작아질수록 월 페이먼트와 렌트비의 격차는 좁혀지고, 오래 머물수록 초기 비용의 부담도 상대적으로 옅어진다. 반대로 거주 기간이 짧거나 향후 이사 가능성이 있다면, 지금처럼 집값이 주춤한 시기라 해도 서두를 이유는 적다.

벌링턴 안에서도 한인 가정들이 자주 찾는 지역은 학교 평가가 높은 쪽과 통근 거리가 짧은 쪽이 겹치는 편이다. 다만 학군 경계는 수시로 바뀌므로, 매매를 앞두고 있다면 해당 주소의 배정 학교를 GreatSchools 같은 곳에서 직접 확인해 보기 바란다.

정리하면 벌링턴은 price-to-rent ratio가 매매와 렌트의 경계에 걸쳐 있는 도시다. 렌트비로 모기지를 낼 수 있을지 계산해보는 것도 좋지만, 다운페이먼트 규모와 거주 계획까지 함께 놓고 판단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 글은 투자·법률 조언이 아니며, 실제 계약이나 대출을 앞두고 있다면 부동산 전문가와 상담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