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살면서 아직도 적응 안 되는 게 있는데 바로 은행 세이빙스 어카운트 이자율입니다.
한국에서 통장을 열면, 저축 이자율은 예금 종류, 은행, 가입 기간 등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2025년도인 현재 한국의 시중 은행의 예금 금리는 1%~3%대, 저축 은행은 2%~4%대의 금리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일반 세이빙스 계좌 이자율이 0.01~0.4%로 매우 낮고, 높은 금리는 일부 온라인 은행의 고수익 저축 계좌(HYSA)나 CD 등 별도 상품에 한정됩니다.
그럼 왜 미국은 이렇게까지 은행이자가 짠걸까요?
미국의 대표적인 대형 은행들, 예를 들면 Bank of America, Wells Fargo, Chase 같은 곳은 이미 고객이 수천만 명이에요. 이들은 예금으로 고객을 유치하려는 유인 자체가 적어요. 왜냐면 대부분 고객들이 '귀찮아서' 계속 그 은행을 씁니다. 고객이 이탈하지 않으니 굳이 이자를 더 줄 이유도 없는 거죠. 그래서 저금리에도 "어차피 올 사람은 온다"는 마인드가 있는겁니다.
그리고 미국의 일반 세이빙스 어카운트는 언제든 출금 가능하고, 은행 입장에서는 운용 안정성이 낮은 자금이에요. 그래서 이런 돈에는 원래 높은 이자를 줄 인센티브가 없습니다.
미국에서 좀 오래 살다 보니까 확실히 느낍니다. 여긴 돈을 '모으는 나라'가 아니라, '굴리는 나라'입니다. 회사 다니면 401(k)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IRA, ETF, 심지어 암호화폐까지... 직장 동료나 친구랑 밥 먹다 보면 "요즘 금값 올라간 거 봤어?", "너는 테슬라 주식 얼마나 돼?" 같은 얘기가 자연스럽게 오갑니다.
근데 "세이빙스 어카운트로 돈 모은다"는 사람.... 당연하게 없습니다. 미국은 "돈이 일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통장에 넣어두면요? 돈은 거기서 조용히, 천천히, 확실하게 죽어갑니다. 물론,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에 CD 계좌는 4%는 넘어가니까 이자주는게 나쁘지 않죠.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일반 세이빙스 계좌는 여전히 0.01%에서 0.4% 수준입니다. 반면, 온라인 기반 고수익 저축 계좌는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지금 기준으로 Varo Bank, AdelFi, Fitness Bank 같은 곳에서는 4.3%~5.0% APY를 줍니다. 이건 체감상 은행 적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같은 돈을 넣어도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예요.
놀랍게도 미국인의 70% 이상이 고이율 세이빙스 계좌를 안 씁니다. 그냥 본인이 쓰던 은행 계속 쓰고, 이율이 뭔지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아요.
은행도 그걸 아주 잘 알죠.
그래서 "굳이 고이율 안 줘도 고객은 알아서 남는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겁니다. 여전히 전통 은행의 낮은 이율에 익숙해져서, 아무 생각 없이 돈을 그냥 넣어두고 있는 거죠. 게다가 절반 이상은 비상금 천불도 없는 상태입니다.
이자율은 바닥이고, 물가는 매달 오르는데, 돈은 그냥 가만히 쉬고만 있다니 큰일 아닐까요? 당신의 돈이 "가만히 있는 돈"으로 남을지, 아니면 "일하는 돈"이 될지는. 단기적인 목적이 있다면 고수익 세이빙스 계좌부터 찾아보세요.
현명한 사람은 은행 통장은 필요한 만큼만 남겨두고, 나머지 돈은 온라인 고이율 계좌(HYSA), 혹은 투자 상품으로 돌리는 겁니다.
기억하세요 미국에서 은행은 '너의 자산을 불려주는 곳'이 아니라, '보관만 해주는 곳'입니다.
돈을 제대로 굴리려면, 은행 밖으로 시야를 넓히는 게 먼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