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이직 준비하던 지인이 면접에서 전 직장 연봉이 얼마였냐는 질문을 받고 당황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대답 안 하면 괜히 밉보일까 봐 얼버무렸다는데, 사실 그 질문 자체를 법으로 막아둔 주가 점점 늘고 있거든요.
이런 법을 흔히 세러리 히스토리 밴이라고 부릅니다.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이전 급여를 묻거나, 그 정보를 근거로 새 연봉을 정하는 걸 막는 제도예요.
2026년 기준으로 캘리포니아, 뉴욕, 매사추세츠, 일리노이, 워싱턴을 포함해 열여덟 개 주와 워싱턴 D.C.가 이런 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버지니아주가 2026년 7월 1일부터 새로 합류했고요.
워싱턴주는 이미 2019년에 이 흐름에 올라탔습니다. 제이 인슬리 주지사가 그해 5월 하원법안 1696호에 서명했고, 같은 해 7월 28일부터 실제 시행에 들어갔어요.
관련 조항은 워싱턴주법 RCW 49.58.100에 담겨 있어요.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워싱턴주의 모든 고용주에게 적용된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구체적으로는 지원자 본인은 물론 전 직장이나 현 직장에 연락해서 급여 정보를 캐묻는 것도 금지예요. 이전 연봉을 기준으로 지원 자격이나 채용 조건을 정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예외는 있어요. 지원자가 먼저 자발적으로 연봉을 밝히거나, 회사가 이미 급여 조건을 포함한 오퍼를 낸 다음이라면 그때는 물어봐도 괜찮습니다.
순서만 바뀌었을 뿐인데 지원자 입장에서는 협상력이 꽤 달라지죠.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은은하게 마음에 드는 변화예요.
이 법을 어기면 그냥 넘어가지지 않아요. 워싱턴주 노동산업부가 신고를 받아 조사에 들어가면 첫 위반에는 최대 500달러, 반복 위반에는 최대 1000달러의 민사 벌금이 붙습니다.
지원자나 직원이 직접 민사소송을 걸 수도 있어요. 이기면 위반 한 건당 최소 100달러에서 최대 5000달러의 법정 손해배상금에 변호사 비용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주에는 이와 별개로 연봉 범위 공개 의무도 있어요. 직원이 열다섯 명 이상인 회사는 채용 공고에 급여 범위를 반드시 적어야 하거든요.
이 공개 의무는 워싱턴주에 사무실이 없어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원격으로 일하더라도 워싱턴 거주자가 지원할 수 있는 자리라면 회사 위치와 상관없이 급여 범위를 공개해야 해요.
두 법이 같이 굴러가다 보니 지원자는 공고만 보고도 대략적인 연봉대를 짐작하고 지원하게 됩니다. 전 직장 연봉을 숨길 필요도 밝힐 필요도 예전보다 줄어드는 셈이죠.
그래도 막상 면접에서 그 질문을 받으면 순간 말문이 막히기 마련이에요. 그럴 땐 전 직장 연봉보다는 이 자리에서 기대하는 연봉 범위를 말씀드리고 싶다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면 됩니다.
공고에 이미 급여 범위가 적혀 있다면 그 범위 안에서 원하는 숫자를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굳이 먼저 방어적으로 나올 필요는 없다는 뜻이죠.
이런 법이 늘어나는 이유는 결국 임금 격차 문제와 맞닿아 있어요. 예전 연봉이 낮았던 사람은 이직해도 계속 낮은 연봉을 받는 악순환이 생기기 쉬웠으니까요.
노스캐롤라이나나 펜실베이니아처럼 아직 주 전체가 아니라 공공기관 채용에만 행정명령으로 적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래도 방향 자체는 점점 넓어지는 쪽으로 가는 분위기예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흐름이 반갑습니다. 연봉 협상이 과거 숫자에 발목 잡히지 않고 지금 하는 일의 가치로 매겨지는 게 더 공평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직을 준비 중이라면 전 직장 연봉 질문에 굳이 성실하게 답하지 않아도 되는 주가 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면 좋겠어요. 아는 만큼 협상 테이블에서 덜 위축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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