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회사 파티 음주 사고, 회사 책임일까 내 책임일까 - Buffalo - 1

10월 중순인데 벌써 회사에서 holiday party save-the-date 메일이 왔습니다. 장소는 다운타운 호텔 연회장, 오픈 바 포함이라네요.

메일을 보자마자 옆자리 동료가 한마디 하더군요. "올해도 작년처럼 차는 집에 두고 가자."

한국 회식은 부장님이 따라주는 술을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문제라면, 미국 파티는 분위기는 자유로운데 사고가 나면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게 문제입니다. 같은 술자리인데 걱정의 방향이 완전히 다르죠.

그래서 이번에 궁금해서 좀 찾아봤습니다. 회사 파티에서 술 마시고 다치거나 사고를 내면 회사 책임일까요, 내 책임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경우에 따라 답이 갈립니다. 내가 다친 경우, 남을 다치게 한 경우, 음주운전을 한 경우가 각각 다른 법으로 판단되거든요.

먼저 내가 다친 경우입니다. 뉴욕 Workers' Compensation Law 10조는 업무상 부상에 대해 고용주가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보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근무 중 부상이 오로지 본인의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때문에 생긴 경우에는 보상 책임이 없다고 조문에 적혀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같은 법 21조입니다. 반대되는 상당한 증거가 없으면 부상이 오로지 음주 때문에 생긴 건 아니라고 추정하도록 돼 있거든요.

즉 술을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보상이 막히는 구조는 아닙니다. 회사 쪽이 음주가 유일한 원인이었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셈이죠.

그다음 걸림돌은 파티가 애초에 업무냐는 문제입니다. 10조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근무 외 운동 활동에서 다친 경우를 보상에서 빼고 있습니다.

대신 회사가 참여를 요구했거나, 참여 대가를 지급했거나, 그 활동을 후원했다면 예외로 봅니다. 뉴욕 최고법원도 1999년 Dorosz 사건에서 이 세 가지 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했습니다.

조문 자체는 운동 활동을 말하지만, 회사 행사에서 다쳤을 때 따지는 포인트는 비슷합니다. 참석이 사실상 의무였는지, 회사 돈으로 열렸는지, 회사가 직접 운영했는지 같은 사실관계가 중요해요.

참고로 한국에서 회식 후 사고를 산재로 다투는 것과 큰 틀은 비슷합니다. 행사가 회사 지배 아래 있었는지가 핵심이라는 점에서는 양쪽 다 같은 질문을 던지는 셈이에요.

두 번째는 술 취한 동료가 남을 다치게 한 경우입니다. 여기서 많이 나오는 게 dram shop law, 뉴욕 General Obligations Law 11-101조예요.

이 조항은 주로 주류 판매 면허가 있는 업소를 겨냥합니다. 눈에 띄게 취한 사람이나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아서 그 사람이 남을 다치게 하면 업소가 책임질 수 있다는 내용이죠.

호텔 연회장 오픈 바라면 술을 서빙한 건 회사가 아니라 면허를 가진 호텔입니다. 그래서 이 조항으로는 회사보다 업소 쪽이 먼저 거론될 가능성이 큽니다.

11-100조는 21세 미만에게 술을 알면서 제공해서 취하게 만든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조항입니다. 여름 인턴이나 막 입사한 신입이 섞인 파티라면 회사도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에요.

반대로 성인 손님에게 술을 대접한 일반 호스트에 대해서는 뉴욕 법원이 대체로 책임을 넓히지 않아 왔습니다. 그런 확장은 법원이 아니라 의회가 할 일이라는 판결도 있습니다.

그래도 회사가 완전히 빠져나간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직원이 업무 범위 안에서 한 과실은 회사가 지는 respondeat superior 원칙이 있거든요.

문제는 파티가 업무 범위냐는 건데, 이건 사실관계에 따라 법원 판단이 갈리는 영역입니다. 회사가 얼마나 통제했고 직원이 회사를 위해 뭘 하고 있었는지를 봅니다.

세 번째, 파티 끝나고 운전대를 잡은 경우입니다. 이건 솔직히 고민할 것도 없어요.

뉴욕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이면 음주운전이고, 형사 처벌은 회사가 대신 받아줄 수 없습니다. 민사 소송에서 회사가 같이 이름이 오를 수는 있어도 면허와 전과는 온전히 내 몫이에요.

찾아보면서 좀 놀란 건, 이렇게 조항이 많은데도 회사 파티라는 상황 하나에 딱 떨어지는 답은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참석 강제 여부, 술을 누가 제공했는지, 사고 장소가 어디였는지로 하나하나 따지는 구조더라고요.

그래서 HR 입장에서는 면허 있는 바텐더 고용, 드링크 티켓, 귀가 차량 지원 같은 걸 많이 합니다. 회사가 우버 코드를 뿌리는 게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이기도 한 거죠.

미국에서 회사 행사 자체를 줄이는 게 아니라 운영 방식을 바꾸는 쪽으로 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술은 내되 사고 가능성은 최대한 줄이자는 거죠.

직원 입장에서 챙길 건 더 단순합니다. 차는 집에 두고, 회사가 주는 귀가 지원은 체면 생각하지 말고 쓰고, 다쳤으면 바로 회사에 알리고 기록을 남기는 겁니다.

여기 정리한 건 일반적인 법 조항 설명이고, 실제 사고라면 사정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구체적인 일이 생기면 뉴욕 노동법이나 상해 전문 변호사와 꼭 상담하세요.

한국식으로 끝까지 달리는 2차 문화가 그리운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올해 파티 가면 와인 두 잔에 우버 타고 오는 쪽으로 정했습니다, 그게 제일 확실한 보험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