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은 신나게 놀고, 로컬들은 스트레스 받는 이유 - Honolulu - 1

하와이에서 거의 30년을 살다 보니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와이키키 해변에서 깔깔 웃으면서 사진 찍는 관광객들 보면 솔직히 좀 부러워요.

진짜예요.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요.

젊은 커플들이 손잡고 다니고, 친구들끼리 신나서 떠들고, 예쁜 바다 보면서 사진 수백 장 찍는 모습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다가도 한편으로는 "좋겠다" 싶어요.

며칠 동안 하와이에 와서 맛있는 거 먹고, 쇼핑도 하고, 선셋도 보고, 좋은 추억 잔뜩 만들고 돌아가잖아요.

원래 여행이라는 게 그런 거니까요.

그런데 하와이에 사는 우리 같은 로컬들의 일상은 조금 달라요.

관광객들은 호텔 체크아웃하고 공항으로 가지만 우리는 다음 날도 여기서 살아야 하거든요.

저는 오아후에서 아이 키우고 남편이랑 살아온 평범한 아줌마예요.

그래서 더 느끼는 게 있어요.

관광객들이 보는 하와이와 우리가 살아가는 하와이는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는 거예요.

제일 먼저 교통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관광객들은 렌터카 타고 다이아몬드 헤드도 가고 노스쇼어도 가고 신나게 돌아다녀요.

그런데 출퇴근 시간에 H-1 프리웨이 한번 제대로 걸려보세요.

정말 답답합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여행 중 잠깐 막히는 거지만 우리는 매일 겪는 일이거든요.

아이 학교 데려다주고 직장 가고, 퇴근하고 장 보러 가고, 다시 아이 데리러 가고.

하루가 교통 체증으로 시작해서 교통 체증으로 끝날 때도 있어요.

그리고 하와이 살면서 제일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뭔지 아세요?

"물가 또 올랐네."

이거예요.

관광객들은 여행 왔으니까 "하와이는 원래 비싸지" 하고 지나갈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그 가격으로 매주 장을 봐야 하잖아요.

우유, 계란, 채소, 고기 어느 하나 싼 게 없어요.

계산대에서 카드 긁고 나면 괜히 영수증 다시 보게 돼요.

"아니, 이것밖에 안 샀는데 왜 이렇게 나왔지?"

주변 엄마들 만나면 이런 이야기 정말 많이 해요.

요즘은 장바구니 하나 채우는 것도 부담스러울 때가 많거든요.

집값 이야기는 더 말할 것도 없고요.

하와이에서 아이 키우는 부모들은 다 비슷한 걱정을 해요.

우리 아이는 나중에 여기서 집을 살 수 있을까?

젊은 친구들 보면 직장은 있는데 독립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렌트비가 너무 비싸니까요.

제 주변에도 대학 졸업하고 취직했는데도 부모님 집에서 계속 사는 아이들이 꽤 있어요.

그러다가 결국 네바다, 텍사스, 애리조나 같은 본토로 떠나는 경우도 많고요.

어릴 때부터 보던 아이들이 하나둘 떠난다는 소식 들으면 괜히 마음이 짠해져요.

그렇다고 관광객들이 싫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관광객들이 있어서 하와이 경제가 돌아가는 부분도 많아요.

우리 가족이나 친구들 중에도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관광객은 하와이에 꼭 필요한 존재예요.

다만 여행으로 보는 하와이와 실제로 살아가는 하와이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누군가는 새벽부터 해변을 청소하고, 누군가는 호텔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누군가는 꽉 막힌 도로를 뚫고 출근하면서 이 섬을 움직이고 있어요.

그래서 가끔 로컬들이 물가 이야기하고 교통 이야기하면서 투덜거리는 건 관광객이 미워서가 아니에요.

그저 너무 아름답게만 보이는 이 섬에도 우리처럼 평범하게 먹고 살고 걱정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이 있다는 이야기예요.

그래도 저녁 무렵 바다 위로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면 또 생각해요.

"그래, 힘들어도 하와이는 참 예쁜 동네다."

아마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떠나지 못하고 계속 여기 사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