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명문, Northside College Preparatory High School - Chicago - 1

미국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손자 이야기가 나왔다.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길래 어느 학교냐고 물었더니 노스사이드 칼리지 프렙(Northside College Preparatory High School)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시카고 북쪽에 있는 괜찮은 공립고등학교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친구가 공부를 상당히 잘해야 들어가는 학교라고 하길래 궁금해서 한번 알아봤다.

알아보고 나니 내가 생각했던 평범한 동네 공립학교가 아니었다.

시카고 공립학교에는 주소만 해당 학군에 속한다고 들어갈 수 있는 일반 고등학교와 달리, 성적과 시험 등을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Selective Enrollment High School이 있다. 노스사이드 칼리지 프렙은 바로 이 그룹에 속한다.

시카고에서 유명한 월터 페이튼 칼리지 프렙과 함께 상위권 학교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다.

학교는 시카고 북쪽 브린모어 애비뉴에 있고 1999년에 개교했다. 비교적 역사가 짧은 학교인데도 학업 성취도가 높아 시카고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상당하다.

특히 시카고 북쪽에 오래 살아온 한인들에게는 학교 이름이 낯설지 않다. 링컨스퀘어, 알바니파크를 비롯해 한인들이 익숙한 북부 지역과 가까운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노스사이드는 집을 학교 근처로 이사한다고 자동으로 입학할 수 있는 학교가 아니다.

시카고 전역의 학생들이 지원하는 선발제 학교라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 성적을 관리하고 CPS의 선발 절차에 맞춰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이 부분을 알고 나니 친구가 손자 자랑을 은근히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교육과정을 살펴봐도 공부를 상당히 많이 하는 학교라는 느낌이 든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높은 수준의 수업이 많고 수학과 과학을 비롯한 STEM 분야도 강하다. 외국어 교육에도 상당히 공을 들이는 학교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는 학교는 아니다.

음악, 연극, 스포츠와 다양한 학생 클럽도 운영된다. 결국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으면서 각자 관심 분야까지 깊게 파고드는 분위기에 가깝다.

이런 학교의 진짜 장점은 단순히 좋은 수업 몇 개가 아니라 주변 환경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중학교에서 공부 좀 한다는 소리를 듣던 아이가 입학해 보니 옆에도 공부 잘하는 아이, 앞에도 공부 잘하는 아이가 앉아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대학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지고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정보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 결과가 좋은 것도 이런 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부모 입장에서는 무조건 좋은 학교라고 생각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잘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계속 경쟁해야 하니 아이에 따라서는 부담이 클 수도 있다.

반대로 공부 자체를 좋아하고 어려운 수업을 재미있어하며 경쟁적인 환경에서 오히려 자극을 받는 아이라면 정말 좋은 학교가 될 수 있다.

나는 친구 손자가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이런 학교가 있는지도 자세히 몰랐을 것이다.

미국 공립학교라고 하면 흔히 사는 동네에 따라 학교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카고에는 돈을 내고 다니는 사립학교가 아니면서도 도시 전체에서 학생을 선발해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이런 학교들이 있다.

그래서 시카고에서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월터 페이튼이나 노스사이드 같은 이름을 한 번쯤 듣게 되는 모양이다.

친구 손자가 다닌다기에 가볍게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알아볼수록 한마디가 나오기는 했다.

"아, 여기 들어간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구나."

괜히 할아버지가 손자 학교 이름을 이야기하면서 은근히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던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