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살고 있다. 남편과 결혼해 이곳에 자리 잡은 지 벌써 수십 년이 지났다.

지금 사는 집은 90년대 중반쯤 어렵게 장만한 곳인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정말 잘한 일이다.

하와이 집값이야 말 안 해도 다들 알 거다. 요즘엔 콘도 하나 가격이 어지간한 본토 단독주택 값보다 비싸고, 렌트비도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내가 집 한 채 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솔직히 자부심은 있다. 누구보다 안정적인 거주 공간을 갖고 있다는 건 큰 복이다.

그런데 하와이에서 사는 게 진짜 천국 같기만 할까?

다들 하와이 산다고 하면 “와~ 좋겠다! 맨날 여름이잖아!” “경치도 좋고, 바다도 있고~ 부럽다~” 이러는데, 이 말을 들을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하와이는 예쁘다. 그런데 10년만 살아보면 점점 지겹다.

하루 이틀 여행 오는 사람들 눈엔 이곳이 낙원처럼 보일 수 있다.

날씨는 늘 맑고 따뜻하고, 야자수에 하늘은 파랗고, 바다도 아름답다. 근데 그게 매일 똑같다고 생각해봐라.

비도 오락가락 하고, 계절 변화가 거의 없다 보니 시간 흐름에 대한 감각이 흐릿해진다.

크리스마스도 반팔 차림이고, 여름도 반팔, 가을도 반팔. 사람 사는 데는, 조금은 변화를 주는 날씨가 있어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여긴 이제 더 이상 내가 예전에 알던 하와이가 아니다. 로컬 젊은이들이 다 떠나가서 하와이에서 더이상 살려고 하지 않는다.

내 친구들도 자식들 본토로 보낸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와이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대학 가고, 직장 잡으면 다들 캘리포니아, 워싱턴, 텍사스로 간다.

남아 있는 건 부모 세대뿐이다. 마트 가보면 노인들이 더 많고, 커피숍에 앉아 있는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객이다.

관광객은 계속 오고, 여기는 매일매일 "축제 모드"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계속 살고 있다.

마냥 즐겁기만 한 축제 안에서 매일 장 보고 집 청소하고 빨래하고 출근하는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이건 잘 안 알려진 이야기지만, 하와이도 어둡고 힘든 현실이 있다.

특히 알콜 중독, 대마초는 기본이고 각종 마약 문제는 심각하다. 원주민 커뮤니티 안에서 특히 더 만연한 편이고, 노숙자도 많다.

물가도… 말도 못 한다. 전부 다 배편으로 들여와야 해서 미국 본토에선 15불 하는물건이 여기서는 20불 그냥 넘어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를 부러워한다. “하와이에 살다니 인생 성공했네~”라며 말한다.

그럴 때마다 부쩍 드는 생각이 있다. 여기서 평생 살아도 되는 걸까?

남편은 “시대 흐름 보면서 생각하자”며 애매하게 말하지만, 나는 마음이 자꾸 흔들린다.

미국 본토, 특히 시애틀처럼 살기 좋은 도시로 이주할까? 아니면 정말 나이 들어 한국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은퇴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솔직히 겁도 난다.

이 나이에 짐 싸서 어디 가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애들도 다 미국에서 살아서 내가 한국에 간다 해도 과연 익숙할까 싶다.

그렇다고 여기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하나 생각하면 막막하다. 요양원 이야기까지 가면 너무 무섭고.

남편은 그냥 이대로 하와이에서 살다 나이 들고, 여기서 뼈를 묻을 생각인 것 같다.

말은 안 해도 그 눈빛에서 느껴진다. 집도 있고, 아는 사람도 있고, 병원도 익숙하니까 편하겠지.

하지만 난 가끔, 그냥 여행지로 남았으면 좋았을 하와이에서 너무 오래 살아버렸다는 느낌이 든다.

너무 예쁘고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내 마음은 더 멀어지는 듯한.

그래도 여기까지 살아온 것도 감사하다. 이 집에서 아이들도 키우고, 바다 보며 산책도 하고, 좋은 친구들과 나눈 추억도 많다.

다만 이따금,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대로 여기서 늙어가도 괜찮은 걸까?”

누가 정답을 줄 순 없겠지만, 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위로가 될까 해서 이 글을 남긴다.

하와이는 아름답지만, 살아보면 또 다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