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지역 살다가 느낀  살기 좋은 이유 - Washington - 1

워싱턴 DC 지역에 처음 발을 디딘 게 벌써 이십 년이 넘었다. 그 사이 이사를 몇 번 했고, 직장도 바뀌었고, 아이들도 이젠 독립해서 나갔다.

그런데 DC 지역을 떠나지 않은 건 뚜렷한 이유가 있다. 돌아보면 그 이유들은 처음에 이 곳을 선택하게 만든 것들이기도 하다. 한인으로서 이 지역이 왜 살기 좋은지, 솔직하게 적어보려 한다.

가장 먼저 꼽는 건 연방 정부와 연계된 고용 안정성이다. DC 메트로 지역은 연방 정부, 국방부, 정보기관, 각종 연방 계약 기업들이 집중된 곳이다. 경기 침체기에도 공공 부문 고용이 버텨주는 덕에 다른 대도시에 비해 실업률이 낮게 유지되는 편이다.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도 정부 계약 IT 업체에 다니거나 연방 기관에 직접 채용된 분들이 적지 않다.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있으면 도전해볼 수 있는 포지션도 상당하다.

교육 환경도 이 지역을 선택하는 중요한 이유다.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공립학교 시스템은 전국 상위권에 든다. 특히 페어팩스 카운티(Fairfax County)와 몽고메리 카운티(Montgomery County) 공립학교는 SAT, AP 성취도 기준으로 꾸준히 상위 5% 안에 드는 학군들이다. 한인 학부모들이 이 지역에 정착하는 이유 중 상당수가 자녀 교육 환경 때문이라는 게 커뮤니티 안에서는 공공연한 얘기다. 조지타운, GWU, 메릴랜드 대학교, 버지니아 대학교 등 상위권 대학도 인근에 있어 대학 진학 이후에도 지역 내에서 옵션을 고려할 수 있다.

한인 커뮤니티 인프라도 탄탄한 편이다. 안난데일을 중심으로 한인 식당, 마트, 교회, 학원, 부동산, 법무, 회계 서비스까지 한국어로 생활 전반을 해결할 수 있는 생태계가 갖춰져 있다. 한인 인구가 많다는 건 단순히 편의 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커리어에서 서로 연결해주고, 정착 초기에 정보를 공유하고,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가까이 있다는 의미다. 이 지역 한인 교회 네트워크는 그 자체로 하나의 복지 시스템처럼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적 다양성도 이 도시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DC는 외교관, 유학생, 이민자, 각국 정부 파견 인원이 뒤섞이는 도시다. 인종적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다른 도시보다 높은 편이고, 아시안 차별에 대한 제도적 대응도 상대적으로 신속한 편이다. 물론 모든 공간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도시 전반의 분위기가 포용적이라는 점은 체감된다. 한인 2세가 학교에서 받는 이중 문화 경험의 농도도 다른 지역과는 다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붙이자면, 이 지역에 살면 역사와 정치의 현장을 일상에서 접한다는 점이다. 내셔널 몰 공원을 조깅하면서 의사당 돔을 바라보거나, 뉴스에서 본 장소가 출퇴근길에 스쳐 지나가는 경험은 다른 어디서도 하기 어렵다. 그게 처음엔 신기하고 나중엔 일상이 되는데, 그 일상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나는 실제로 봐왔다. 그래서 지금도 이 지역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