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영화를 사랑하는 블로그 이웃 여러분.
지금 보아도 기묘한 해방감과 쓸쓸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올드 무비 한 편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바로 1967년에 개봉한 아서 펜 감독의 영화, Bonnie and Clyde입니다.
이 영화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 텍사스와 그 주변 주를 무대로 무자비한 범죄 행각을 벌였던 실존 무법자 커플인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였던 워런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가 주연을 맡아 위태롭고도 아름다운 반영웅의 초상을 완벽하게 그려냈죠.
단순히 한 편의 잘 만든 범죄 드라마를 넘어, '뉴 할리우드(New Hollywood)' 시대를 선언한 선구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실제 고향이자 영화의 주 배경인 텍사스의 황량한 풍경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니 파커는 달라스 카운티 근교의 로우 시티 출신이었고, 클라이드 배로우 역시 달라스 카운티 서쪽의 이글 포드 지역에서 자란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처음 운명처럼 만난 곳도 달라스였으며, 텍사스 북부는 그들의 범죄 행각이 시작된 근거지이자 활동 반경의 중심이었습니다.
영화는 스튜디오 세트장에 갇혀 있던 기존 할리우드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로 텍사스의 여러 지역을 돌며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덕분에 화면 가득 1930년대 대공황기 텍사스의 쓸쓸하고 척박한 공기가 그대로 묻어납니다. 끝없이 먼지가 날리는 메마른 시골길, 무너질 듯 낡아가는 농가와 외딴 주유소들. 이러한 사실적인 풍경들은 두 주인공이 처했던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고립감을 시각적으로 대변합니다.
아서 펜 감독은 이 영화를 단순한 잔혹 범죄극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대신 왜 이 평범했던 청춘들이 총을 들고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그 맥락을 텍사스의 시대적 아픔과 사회 구조적인 시선으로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당시 대공황기의 은행은 농민들의 피땀 어린 집과 땅을 무자비하게 빼앗아 가던 세간의 '악마' 같은 존재였습니다.
도덕과 법이 무너진 사회에서, 그 탐욕스러운 은행을 털어버리는 보니와 클라이드의 모습은 민중들에게 기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겼습니다.
시스템에 저항하는 그들의 거침없는 행보는 당대 대중에게 일종의 '반영웅(Anti-hero)'으로 인식되기도 했죠. 영화 속에서 집을 잃은 농민이 클라이드의 총을 빌려 은행 간판을 쏘는 장면은, 이들이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시대의 절망이 낳은 뒤틀린 영웅이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목입니다.

1967년 이 영화가 극장에 걸렸을 때, 미국 사회가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기성세대와 보수적인 평론가들은 범죄자를 지나치게 미화하고, 피가 튀는 잔혹한 폭력을 미학적으로 화려하게 묘사했다며 거센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베트남 전쟁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기성 체제에 환멸을 느끼던 당시의 젊은 관객들은 이 영화의 세련된 영상미와 혁신적인 연출, 그리고 기성의 도덕적 관습을 산산조각 내는 과감함에 열광했습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소리 없는 슬로모션 속에서 두 주인공의 육체가 총탄에 찢기는 참혹한 엔딩 신은 영화사상 가장 아름답고도 충격적인 명장면으로 회자됩니다.
결국 이 작품은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과 여우조연상(에스텔 파슨스)을 거머쥐며 평단과 흥행 모두에서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검열과 통제에 묶여 있던 미국 영화계에 표현의 자유를 넓혀주고, 더 깊고 어두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게 만든 뉴 할리우드 시대의 위대한 이정표가 된 것입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보니와 클라이드의 숨결은 여전히 텍사스 땅 곳곳에 짙게 남아있습니다.
역사의 아이러니하게도, 살아서는 늘 함께였던 두 사람은 죽어서는 같이 묻히지 못했습니다. 보니 파커의 가족들이 클라이드 곁에 묻히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보니 파커의 무덤은 달라스 인근 어빙에 외로이 자리하고 있으며, 클라이드 배로우의 무덤은 달라스 카운티 내 웨스트 달라스의 웨스트 포레스트 묘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만약 이들의 비극적인 최후를 조금 더 생생하게 목격하고 싶다면, 캘리포니아 그리고 네바다주 경계에 있는 Whiskey Pete's Hotel & Casino에 그날 루이지애나 매복 작전 당시 두 사람이 타고 있던, 수많은 총탄 구멍이 그대로 뚫린 실제 포드 자동차가 원형 그대로 보관되어 전시 중입니다.
철판을 뚫고 지나간 무수한 탄흔들을 보고 있으면, 영화가 주었던 그 강렬한 여운이 다시 파고드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Whiskey Pete's 카지노가 망해서 문을 닫는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그렇게 된다면 이 차는 앞으로 어디로 가게 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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