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한인 모임에서 곧 아이가 태어난다는 후배가 그러더라.
회사에 육아휴직 얘기를 꺼냈다가 잘리면 어쩌냐고.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바로 받아쳤다. 미국에서 그거 쓰면 커리어 끝이야 라고 하던데 나는 좀 갸우뚱했다.
어디까지 사실인지 궁금해서 자료를 뒤져봤더니 절반은 틀렸고 나머지 절반은 씁쓸하게 맞는이야기였다.
먼저 법. 연방 FMLA는 출산이나 육아를 이유로 1년에 12주까지 무급 휴가를 보장한다.
무급이라는 단어에 실망하기 전에 뒤쪽을 봐야 한다. 휴가 기간에도 회사가 그룹 건강보험을 그대로 유지해줘야 하고, 돌아올 자리가 법으로 잠겨 있다.
자격 조건은 세 가지다. 같은 고용주 밑에서 12개월 이상 일했을 것.
휴가 시작 직전 12개월 동안 실제 근로시간이 1,250시간 이상일 것. 여기서 유급휴가나 무급휴가로 쉰 시간은 빠진다.
마지막으로 반경 75마일 안에 그 고용주의 직원이 50명 이상일 것.
이 세 개를 다 넘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다. 노동부가 2018년에 실시한 조사에서 FMLA 자격을 충족한 근로자는 56%였다.
나머지 절반 가까이는 법이 지켜주는 12주 자체가 없는 셈이다. 이 숫자는 나도 보고 좀 놀랐다.
돈 나오는 휴가는 완전히 다른 트랙이다. 노동통계국 2023년 3월 집계에서 유급 가족휴가를 쓸 수 있는 민간 근로자는 27%였다.
무급 가족휴가까지 포함하면 89%로 올라간다. 쉴 권리는 넓은데 급여가 나오는 통로는 좁다는 뜻이다.
같은 조사에서 관리직과 전문직은 39%가 유급 가족휴가를 갖고 있었다. 반면 서비스직은 16%에 그쳤다.
산업별로도 벌어진다. 정보산업이 55%로 가장 높았고, 레저와 숙박업은 8%로 가장 낮았다.
미국 회사라고 뭉뚱그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느 회사에 앉아 있느냐가 사실상 전부다.
복직 규정은 의외로 세다. FMLA는 휴가를 마친 직원을 원래 자리, 아니면 그와 사실상 동일한 자리로 복귀시키라고 못박아 놓았다.
여기서 동일하다는 건 급여와 베네핏만이 아니다. 근무 시프트와 근무지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보복도 금지 사항이다. 육아휴직을 썼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출근 점수를 깎는 것 역시 위반으로 본다.
권리가 침해됐다고 판단되면 노동부 임금근로시간국에 진정을 넣거나 직접 소송을 낼 수 있다.
다만 예외 조항이 하나 있다. 이른바 key employee 규정이다.
75마일 이내 사업장에서 보수 상위 10%에 드는 연봉제 직원이 대상이다.
복직시키면 회사 운영에 심각하고 중대한 손해가 난다는 점을 회사가 입증하면 복직을 거부할 수 있다.
대신 휴가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그럴 가능성을 휴가 시작 시점에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입증 기준이 높아 실제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그럼 왜 커리어가 끝난다는 말이 계속 돌까. 법조문이 아니라 사람들 머릿속이 문제라서 그렇다.
2013년 Journal of Social Issues에 실린 러드먼과 메셔의 연구에서, 가족휴가를 신청한 남성은 조직에 헌신하지 않는 직원으로 평가받았다.
약하고 우유부단하다는 인상이 따라붙었고, 그 인상이 강등이나 정리해고 대상이 될 위험을 높였다. 발목을 잡는 건 규정이 아니라 평판이었다.
실제 행동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현재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 유급휴가 제도가 없는 주의 아빠들은 평균 1.6주를 쉬었다.
제도가 있는 주에서는 3.3주였다. 눈치라는 게 개인의 배짱이 아니라 제도가 줄여주는 것이라는 증거 아닐까.
그 제도가 아직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실제로 급여를 지급하는 곳은 12개 주와 워싱턴 DC이고, 메릴랜드는 2028년 1월, 버지니아는 2028년 12월에 지급을 시작한다.
내가 사는 주는 그 목록에 없다. 여기서는 회사 정책이 곧 제도인 셈이다.
그래서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 소식이 확정되는 순간 HR 핸드북에서 parental leave 항목과 short-term disability 조항부터 찾아 읽는다.
둘을 이어 붙이면 무급 구간이 확 줄어드는 회사가 꽤 있다.
그다음은 기록이다. 휴가 신청과 회사 답변은 구두로 끝내지 말고 전부 이메일로 남긴다.
인수인계 문서를 정리해서 팀에 넘기고 가는 것도 크다. 돌아왔을 때 쟤 없어도 굴러가더라는 말보다 그 문서 덕에 굴러갔다는 말이 낫지 않나.
복귀 후 첫 분기 성과는 스스로 기록해두자. 평가철에 공백을 빌미로 애매한 소리가 나올 때 들이밀 근거는 있어야 하니까.
판을 벌이듯 살아온 입장에서 한마디 보태자면, 12주 쉰다고 무너질 커리어라면 12주 더 버텨도 결국 무너진다.
다만 권리를 안 쓰는 것과 못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자격이 되는지부터 확인하고, 안 되면 회사 정책이라도 끝까지 뒤져보는 게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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