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살다 보면 꼭 듣는 “Holy Cow!”, 도대체 소가 왜 나올까? - Los Angeles - 1

미국에서 영어가 늘면서 미국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뜻을 몰라도 자꾸 귀에 들어오는 말이  바로 "Holy cow!"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새로 산 집 가격을 듣더니 "Holy cow! You paid that much?"라고 합니다.

Holy cow는 ㅋ 직역하면 "신성한 소!"인데 소가 왜 갑자기 나오나 싶죠. 실제 뜻은 그냥 "와, 세상에!" 정도입니다.

야구장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타자가 엄청난 홈런을 치면 옆에 있던 사람이 "Holy cow!"라고 합니다.

이때는 "와, 대박이다!"에 가깝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걸 보고 크게 놀랐을 때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 말을 계속 듣다 보면 이상한 변형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누가 엄청 큰 햄버거를 가져왔는데 친구가 "Holy cheese!"라고 합니다.

이건 정해진 영어 표현이라기보다 Holy 뒤에 재미있는 단어를 붙여 장난스럽게 만든 말입니다.

한국말로 치면 "이야, 이게 뭐야" 하면서 자기 식으로 말을 만들어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Holy moly!"는 훨씬 흔합니다. 오래전부터 사용된 표현이고 뜻은 역시 "대박", "맙소사" 정도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멕시칸 식당에서 과카몰리가 산더미처럼 올라간 음식을 보고 누가 "Holy guacamole!"라고 합니다.

이건 Holy moly와 소리가 비슷한 guacamole을 붙여서 장난스럽게 만든 표현입니다.

뜻을 심각하게 해석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우와, 이거 장난 아닌데?" 정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왜 하필 Holy냐는 겁니다.

영어에는 원래 "Holy God", "Holy Christ"처럼 종교적인 단어를 이용한 강한 감탄 표현이 있었습니다.

미국 살다 보면 꼭 듣는 “Holy Cow!”, 도대체 소가 왜 나올까? - Los Angeles - 2

그런데 미국사람들은 기독교 문화의 영향으로 God이나 Jesus Christ 같은 말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불경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직접적인 종교 표현이나 욕설을 피하면서 놀란 감정은 그대로 살리는 표현들이 생겨난 겁니다.

Holy cow나 Holy moly 같은 말이 대표적인거죠

아이 앞에서 아버지가 뭔가를 떨어뜨렸다고 생각해보죠.

"Holy shit!"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이가 옆에 있으니 순간적으로 "Holy cow!"라고 바꿔 말하는 겁니다.

회사에서도 놀랄만한 매출 소식에 사장이"Holy shit!"이라고 하면 못배운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Holy cow, that's incredible"이라고 하면 무난합니다.

반대로 친구들끼리 술집에서 스포츠를 보다가 말도 안 되는 장면이 나오면 표현이 세집니다.

"Holy fxxx!"

이 정도가 되면 놀람의 강도가 확 올라갑니다. "Holy fxxx, did you see that?"이라고 하면 우리말 느낌으로는 "와 씨, 방금 저거 봤어?" 입니다.

친한 사이에서는 (대통령이건 주지사이건 지휘고하 여부를 막론하고 ㅋ) 말 할 수 있지만 처음 만난 사람, 아이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재미있는 건 Holy 뒤에 붙일 수 있는 말이 거의 끝이 없다는 겁니다.

Holy smokes, Holy crap, Holy moly처럼 실제로 널리 쓰이는 표현도 있고, Holy macaroni처럼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쓰기도 합니다.

심지어 상황에 맞춰 그 자리에서 단어를 만들어 붙여도 사람들이 대충 알아듣습니다.

결국 강도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Holy cow나 Holy moly는 가족 앞에서도 비교적 편하게 쓸 수 있는 "세상에!"이고, Holy crap은 약간 더 거친 "이런!" 정도, Holy shit부터는 확실히 욕이 섞인 표현입니다.

저도 처음 미국 왔을 때는 Holy cow를 듣고 정말 소와 무슨 관계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니까 이게 참 미국식 영어다운 표현입니다.

놀랐다는 말 하나도 누구와 같이 있느냐에 따라 Holy cow가 됐다가 Holy shit이 되고, 친구들끼리 감정이 확 올라가면 Holy fxxx까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