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크라멘토로 처음 오시는 한국 분들이 많이 물어보는 게 "한국 음식 해 먹기는 괜찮아요?" 하는 질문입니다.
LA나 SF처럼 한인마켓이 여기저기 있는 동네가 아니다 보니 고추장 하나 사려고 한참 운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걱정하는 거죠.
그런데 막상 찾아보면 새크라멘토는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LA처럼 선택지가 넘쳐나는 정도는 아니지만 김치찌개 끓이고, 불고기 재워 먹고, 라면이나 냉동만두 사다 놓고 사는 데 불편한 수준은 아닙니다.
한국 식재료를 제대로 장 보려면 가장 먼저 알아둘 곳이 Rancho Cordova에 있는 KP International Market입니다.
새크라멘토 다운타운에서 조금 동쪽으로 가야 하지만 한국 음식을 자주 해 먹는 집이라면 한번에 장을 많이 봐두기 좋은 곳입니다.
여기가 조그만 동네 한인마켓 정도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매장 규모가 약 8만 스퀘어피트나 됩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 멕시코, 유럽 식품까지 취급하는 국제마켓인데 한국 식품 비중도 상당합니다. 삼양, 백설, 풀무원 같은 한국 브랜드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 중요한 건 결국 뭘 살 수 있느냐겠죠. 쌀부터 라면, 고추장, 된장, 간장, 김, 과자, 냉동식품 같은 기본적인 것은 웬만큼 해결할 수 있고 고기와 생선, 야채 코너도 있습니다. 한국 음식뿐 아니라 이것저것 한꺼번에 장을 보는 집이라면 상당히 편합니다.
재미있는 건 마켓 안에 푸드코트까지 있다는 겁니다. 한국 음식뿐 아니라 중국, 일본, 베트남, 멕시코 음식 등을 같이 팔고 있어서 장 보러 갔다가 밥까지 먹고 오는 식으로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매장은 현재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식재료까지 같이 산다면 Florin Road에 있는 99 Ranch Market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대형 아시안마켓인데 채소와 과일, 두부, 면 종류, 소스, 냉동식품, 해산물 같은 것을 한꺼번에 사기가 편합니다.
특히 미국 일반 슈퍼마켓에서는 찾기 힘든 아시아 채소나 생선을 사야 할 때 유용합니다.
일본 식재료까지 자주 사용하는 집이라면 Freeport Boulevard의 Oto's Marketplace도 괜찮습니다.
65년 넘게 새크라멘토에서 영업해온 일본 전문마켓인데 한국, 중국, 대만 식품도 일부 취급합니다. 특히 생선과 초밥 재료, 일본식 소스나 면, 쌀 종류를 찾는 분들에게 알려진 곳입니다. 도시락과 스시 같은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도 판매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살아보면 장보는 방법이 자연스럽게 정해집니다. 한국 식품을 많이 사야 하는 날에는 KP에 가서 한꺼번에 사고, 평소에는 가까운 아시안마켓이나 미국 슈퍼마켓을 이용하는 식입니다. 요즘은 코스트코나 트레이더조, 일반 미국 마켓에서도 김이나 냉동만두, 한국식 소스 같은 제품을 예전보다 쉽게 볼 수 있어서 모든 것을 한인마켓에서 살 필요도 없습니다.
Stockton Boulevard와 Florin Road 주변으로 가면 베트남계와 중국계 마켓도 여럿 있어서 콩나물이나 부추, 배추, 두부, 아시아식 면처럼 한국 요리에도 많이 사용하는 재료를 찾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현지 사람들도 KP, 99 Ranch, Oto's와 이 지역의 여러 소규모 아시안마켓을 용도에 따라 나눠 이용하는 편입니다.
다만 LA 한인타운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집 앞에 한인마켓이 있고 반찬가게, 떡집, 한국 빵집을 차례로 들르는 식의 생활환경은 아닙니다. 원하는 한국 브랜드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깻잎이나 특정 나물처럼 신선식품은 입고 상황에 따라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새크라멘토 가면 한국 음식 못 먹고 사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어디에서 무엇을 사야 하는지만 한번 익혀 놓으면 생활하는 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KP에서 한국 식품을 넉넉하게 사고, 평소에는 가까운 아시안마켓과 미국 마켓을 이용하면 됩니다.
결국 새크라멘토의 한국 식생활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LA처럼 집 근처에서 모든 게 해결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차를 가지고 생활하는 미국 교외 생활에 익숙하다면 한국 밥상 차려 먹는 데는 별문제가 없는 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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