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조기축구 끝나고 숯불갈비집에 모였는데, 고기가 익기도 전에 온도조절기 얘기로 테이블이 시끄러워졌어요. 한 형은 집에 들어가면 누가 또 72도로 올려놨다고 투덜대고, 다른 형은 자기는 몰래 내리는 쪽이라고 자백하더라고요.
다들 웃었는데 웃음 끝에 묘하게 진심이 묻어 있었어요.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는 10월 중순, 미국 집마다 벽에 붙은 그 작은 네모 하나를 두고 조용한 전쟁이 시작된 거죠.
이게 우리끼리만 그런 게 아니에요. 캐나다 전력회사 BC Hydro가 2019년에 낸 조사를 보면 커플 10쌍 중 4쌍 넘게 집 온도 때문에 다툰다고 답했어요.
더 웃긴 건 그다음 숫자예요. 응답자의 60% 가까이가 상대가 안 볼 때 온도조절기를 만진 적이 있다고 했고, 절반 넘게는 상대가 외출하길 기다렸다가 다이얼을 돌렸다고 했대요.
상대를 약 올리려고 일부러 바꿔본 적 있다는 사람도 20% 정도 나왔다니, 이쯤 되면 거의 수비 라인 몰래 올리는 오프사이드 트랩 수준이에요.
물론 이런 조사는 회사가 홍보 겸 돌린 거라 숫자 하나하나를 그대로 믿을 필요는 없어요. 그래도 방향은 다들 비슷해요. 한집에 사는 사람끼리 체감 온도가 안 맞는다는 거요.
그럼 왜 이렇게 안 맞을까요. 제가 찾아본 것 중에 제일 흥미로웠던 건 2015년 학술지 Nature Climate Change에 실린 네덜란드 연구였어요.
연구진은 사무실 냉난방 기준이 1960년대에 40세, 70킬로그램 남성의 대사율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지적했어요. 그리고 가벼운 사무 업무를 하는 젊은 여성 16명을 측정했더니 대사율이 기준치보다 확실히 낮게 나왔대요.
몸에서 만들어내는 열이 적으면 같은 온도에서도 더 춥게 느끼는 게 당연하죠. 다만 표본이 16명뿐이었고, 기준을 만드는 미국 냉난방공조학회 쪽에서는 해석에 반론도 냈어요.
그러니 성별 하나로 딱 잘라 말할 일은 아니에요. 나이, 체격, 하루 종일 앉아 있느냐 움직이느냐에 따라서도 체감은 확 달라지니까요.
저만 해도 그래요. 집에서 노트북 붙잡고 일하는 날은 오후 세 시쯤 되면 손끝이 시려서 후드티를 꺼내 입는데, 공 차고 들어온 날은 반팔로도 덥거든요.
한국에서 살다 온 사람들한테는 하나가 더 있어요. 바닥이 뜨끈한 온돌에 익숙한 몸이 미국식 공기 난방을 만나면 위는 덥고 발은 시린 묘한 상태가 돼요.
퍼니스가 데운 바람이 천장 쪽으로 몰리니까, 소파에 누워 있으면 얼굴은 화끈한데 발가락은 차갑죠. 그러니 자꾸 숫자를 올리게 되고, 옆 사람은 덥다고 내리고, 그게 무한 반복이에요.
그럼 기준은 뭘로 잡아야 할까요. 미국 에너지부는 겨울철 깨어서 집에 있을 때는 68도 정도로 두고, 잘 때나 외출할 때는 더 낮추라고 권하고 있어요.
평소 설정에서 하루 8시간 정도 7도에서 10도를 낮추면 냉난방비를 1년에 최대 10%까지 아낄 수 있다는 게 에너지부 설명이에요.
참고로 히트펌프를 쓰는 집은 얘기가 좀 달라요. 너무 크게 내렸다가 다시 올리면 보조 히터가 돌아가면서 오히려 효율이 떨어질 수 있어서, 조금씩만 조정하는 게 낫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아파트나 렌트 사는 분들은 이것도 알아두면 좋아요. 뉴저지 주 규정상 10월 1일부터 다음 해 5월 15일까지 임대 주택은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68도 이상, 밤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65도 이상을 유지해야 해요.
그러니까 집주인이 중앙 난방을 관리하는 건물이라면 68도는 내가 우겨서 받는 온도가 아니라 법으로 정해진 최소선이에요. 난방이 안 들어오면 온도계 사진부터 찍어두고 관리실이나 시청에 연락하는 게 순서고요.
싸움을 키우는 오해도 하나 있어요. 추우니까 일단 80도로 확 올려두면 집이 더 빨리 데워진다고 생각하는 거요.
일반적인 가정용 퍼니스는 설정 온도를 높게 잡는다고 더 빨리 데우는 게 아니에요. 같은 속도로 돌다가 목표치까지 더 오래 돌 뿐이라, 결국 덥다고 다시 내리고 난방비만 새요.
축구로 치면 0대 1로 지고 있다고 수비수까지 전부 올려버리는 거랑 비슷해요. 골은 안 들어가고 역습만 맞는 거죠.
그래서 숯불갈비집 테이블에서 나온 해결책들을 정리해보면 이래요. 먼저 숫자는 68도 근처에서 합의하고, 추운 사람이 옷과 담요로 한 겹 더 챙기는 쪽으로 가요.
두 번째는 시간표를 정해서 온도조절기에 맡기는 거예요. 아침, 낮, 저녁, 밤을 미리 세팅해두면 누가 몰래 만졌냐는 의심 자체가 줄어들어요.
세 번째는 발 시린 사람한테 슬리퍼와 작은 러그를 선물하는 거예요. 공기 온도를 2도 올리는 것보다 발바닥 하나 덮어주는 게 훨씬 싸게 먹힌다는 게 형들의 결론이었어요.
그리고 실내가 너무 건조하면 같은 온도에서도 더 서늘하게 느껴진다는 얘기가 많아서, 가습기를 하나 들여놓는 집도 있었어요. 습도는 너무 높으면 곰팡이가 생기니까 적당한 선에서 맞추는 게 좋고요.
제 생각엔 온도조절기 싸움은 결국 숫자 싸움이라기보다 누가 리모컨을 쥐느냐의 문제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숫자를 미리 정해두면 싸울 거리가 확 줄어들죠.
저는 개인적으로 68도에 한 표 던지는 쪽이에요. 덥다 싶으면 창문 대신 이불 하나 걷고, 춥다 싶으면 후드 하나 걸치면 되니까요.
대신 일 끝나고 공 차러 나가기 전에는 집 온도를 확 내려두고 나가요. 돌아와서 땀 식히기도 좋고, 난방비 고지서 볼 때 마음도 덜 아프거든요.
갈비가 다 익을 무렵 한 형이 그러더라고요. 우리 집 온도조절기는 휴전 협정이 필요하다고요.
올가을엔 다들 벽에 붙은 그 네모 앞에서 몰래 손가락 움직이지 말고, 숯불 앞에 앉듯 마주 앉아서 숫자 하나 정해보면 어떨까요. 따뜻한 건 온도보다 결국 같이 맞춰가는 마음이니까요.

정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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