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 내가 미국에서 공대생으로 공학을 배우기 시작했을때, 우주는 그저 교과서 속 이야기였다.

영화 속 상상의 공간이었고, NASA라는 미국의 방대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거대한 조직만이 넘볼 수 있는 영역이었다.

이제 50대가 된 나는 스페이스X라는 민간 기업이 인간을 화성에 보내기 위해 “폭발”을 반복하고 있는 장면을 지켜보며 묘한 전율을 느낀다.

스타십(Starship). 이름부터 로망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이 우주선은 단순한 로켓이 아니다.

인간의 화성 이주라는 말도 안 되는 꿈을 현실로 바꾸려는 거대한 설계다. 길이만 약 120미터, 지구를 박차고 나가 화성 대기에 착륙한 뒤 다시 지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계된 재사용 가능한 시스템이다. 말 그대로 ‘왕복’ 화성행 우주선.

최근 진행된 9번째 시험 비행은 또다시 화제가 되었다. 일부 언론은 “폭발했다”고만 보도했고, 인터넷 댓글에는 “또 실패냐”는 반응도 심심찮게 보였다.

하지만 엔지니어의 시선으로 보면, 이건 실패가 아니다. 이건 학습의 반복이다. 목표 고도에 도달하고, 데이터 수집이 이뤄지고, 몇 초 혹은 몇 분 후에 터졌다 하더라도, 그건 시나리오 안에 포함된 “결과”일 뿐이다.

올해들어 스페이스X는 1월과 3월, 5월 진행한 7-9차 지구궤도 시험비행에서 3차례 연속으로 시험비행에 실패하고 기체가 폭발 또는 분해되는 시련을 겪었다. 6월 18일에는 텍사스 발사기지 스타베이스 발사대에서 스타십의 10번째 시험비행을 위해 자체 테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폭발했다고 전했다.

당시 로켓을 발사대에 고정한 채 6개 엔진을 차례로 점화하는 '고정 점화'(Static fire) 시험을 위해 극저온 연료를 충전하던 중 갑작스러운 에너지 방출로 기체 폭발과 이에 따른 추가 화재가 일어났다는 것이 스페이스X 측 설명이다. 회사 측은 이 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주변 지역에도 위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스타십(Starship)폭발할때마다, 손해는 어느 정도일까?

일반적인 스타십 1회 발사 비용은 약 1억 달러로 추정된다. 물론 이는 회수와 재사용을 전제로 한 추정치다.

하지만 아직은 회수 성공률이 낮은 만큼, 한 번의 폭발로 인한 직접 손실도 상당하다. 슈퍼 헤비 부스터와 스타십 본체, 여기에 탑재된 수많은 센서와 전자 장비, 추진 시스템 등 하드웨어 손실만 따져도 약 3천만~6천만 달러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발사 준비, 기술 인력, 연료 비용 등까지 포함하면 한 번의 폭발로 인한 손해는 최대 1억 달러까지도 잡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일론 머스크는 이 손실을 ‘투자’라고 본다. 그에게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배우는가”다.

다시 말해, 책상 위에서 10년을 계산하는 대신 1년에 10번 쏘고, 매번 데이터를 쌓는 것이다.

이게 바로 전통 항공우주 산업과 스페이스X의 가장 큰 차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항공우주 산업의 문법은 “완벽한 검증 → 실전 적용”이지만, 스페이스X는 정반대다.

“빠르게 만들어서 쏘고, 그 안에서 배우자.” 이 접근은 고전적인 공학 마인드로는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비행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공학이란 결국 실전에서 성능을 검증받아야 하며, 실전에서 터지는 것보다 더 좋은 교과서는 없다는 것을.

나처럼 교과서와 계산식으로 공학을 배운 세대에겐, 스타십의 “폭발 후 박수”는 좀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이제는 알거같다. 그것이 혁신의 방식라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진짜로 화성에 첫 인간이 내릴 때, 그 순간은 오늘의 이 수많은 폭발과 비행 실패를 딛고 선다는 것을.

나는 이제 매번 스타십이 발사될 때마다 두 손을 모으고 중계 화면을 지켜본다. 폭발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또 한 번의 진보를 목격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우주를 향한 꿈은 더 이상 NASA만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 같은 평범한 공학도에게도 다시금 꿈꾸게 만든다.

언젠가 나의 후배는 ‘화성 엔지니어’가 될 수도 있다는 상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