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복역하고 사면 신청? FTX 창업자 소식에 피해자들 분노 - Los Angeles - 1

그런데 알고보니 어라? 주어진 형기는 25년 다 받겠다는데. 그러면 사면이 무슨 소용인가?

감옥에서 일찍 나오는 것도 아닌데 사면을 신청했다. 손해 보는 장사를 SBF가 했을 리 없다. 그럼 노리는 게 뭔가.

샘 뱅크먼-프리드(SBF)가 미국 법무부에 사면 신청서를 냈다는 뉴스를 보고 처음엔 그냥 넘겼다.

감옥 간 사기꾼이 사면 신청하는 거야 흔한 일이니까.

그런데 신청 내용을 보고 좀 흠칫했다.

그가 신청한 건 "형기를 마친 후 사면(pardon after completion of sentence)"이다.

그러니까 "25년 다 살고 나서 죄 기록만 지워달라"는 거다. 출소가 빨라지는 것도 아니고, 형량이 깎이는 것도 아니다.

다 알다시피 이 친구는 학벌이 엄청난 천재다. 절대로 바보가 아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멍청한 사면 신청을 했나"가 아니라 "이게 왜 그에게 이득인가"다.

형량 깎기가 아니라 "낙인 지우기" 

미국에서 중범죄자(felon) 딱지는 출소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평생 따라붙는 백그라운드다. 투표권 제한, 배심원 자격 박탈, 금융 거래·라이선스 취득 제약, 재취업과 주거에서의 장벽까지.

한 번 붙은 felon 태그는 시스템 곳곳에서 그 사람을 거른다.

SBF가 노리는 건 출소가 아니라 출소 이후의 인생이다.

사면이 떨어지면 박탈됐던 시민권이 복원되고, 비즈니스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법적 길이 열린다.

단, 유죄 판결 자체가 지워지는 건 아니다("Such a pardon would not erase Bankman-Fried's conviction").

기록은 남되 족쇄는 푼다. 딱 그가 원하는 그림이다.

타이밍이 모든 걸 말한다

2024년에 25년 형을 선고받고 이제 막 살기 시작한 사람이 벌써 사면을 신청한다?

이건 법률 전략이 아니라 정치 베팅이다.

SBF는 원래 민주당의 거물 기부자였다. 그런데 옥중에서 태세를 바꿔 트럼프 행정부를 지지하는 글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동안 의사당 난입 참가자, 측근들, 다크웹 운영자, 암호화폐 업계 인사들까지 폭넓게 사면권을 휘둘러온 전례를 정확히 겨냥한 무브다.

당장 꺼내달라고 하면 트럼프도 여론 부담 때문에 못 해준다.

그걸 아니까 한 발 물러섰다. "죄는 달게 다 받겠습니다, 출소 후에 사람답게만 살게 해주십쇼."

겸손해 보이는 포장지를 씌운 틈새시장 공략이다.

그런데 정작 트럼프가 선을 그었다

여기서 이 영리한 계산의 약점이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SBF 사면 의향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으로 답했고, 백악관도 이번 신청에 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아무리 정교한 베팅이어도 상대가 콜을 안 받으면 끝이다.

현재 법무부에는 사면·감형 요청이 2만 건 넘게 쌓여 있다. 그 줄의 맨 앞에 수십억 달러 사기꾼을 세워줄 정치적 이유가, 적어도 지금은 없다.

이번 뉴스의 진짜 포인트는 사면 신청 그 자체가 아니다.

화이트칼라 범죄를 대하는 미국 사회의 이중 잣대다. 편의점 털면 그냥 흉악범이다.

수십억 달러 금융사기를 치면 "천재 사업가의 몰락"이라는 서사가 붙는다.

같은 범죄, 다른 포장지. 나는 시장경제와 실력주의를 믿는 사람이지만, 그 실력이 남의 예치금을 빼돌리는 데 쓰였다면 그건 실력이 아니라 절도다.

SBF가 25년 뒤에 깨끗한 이름으로 다시 비즈니스를 시작하든 말든, 2022년에 증발한 고객들 돈은 돌아오지 않는다.

형기 감면도 없는 사면을 신청한 그의 계산은 영리하다. 인정한다.

하지만 똑똑하게 빠져나가려는 것과 죗값을 치르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적어도 미국 법원은 그렇게 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