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AI 이야기 나올 때마다 약사 직업도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미국에서 약사가 되는 과정은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학부 과정에서 화학, 생물학 같은 이공계 과목을 이수한 뒤 약대에 진학해야 하고 약대 과정은 보통 4년입니다. 입학 경쟁이 치열하고 학비 부담도 상당합니다.

졸업 후에는 국가시험과 주별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면허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주기적인 보수교육이 필수입니다. 학업 난이도, 비용, 시간 투자 모두 큰 편이라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길은 아닙니다. 다만 면허 취득 후에는 안정적인 소득과 직업 안정성이 높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전문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젠 이렇게 힘들게 자격이 주어지는 미국 약사의 일들인 처방전을 스캔하고, 약 성분을 확인하고, 상호작용을 계산하는 일이라면 이미 컴퓨터가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약사가 가진 전문 지식은 정말 AI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완전히 대체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약사의 지식 그 자체는 상당 부분 기계로 대체됩니다. 약물 정보, 용량 계산, 금기 사항, 부작용 목록, 수천 개의 논문과 가이드라인을 동시에 비교하는 작업은 인간보다 AI가 훨씬 정확합니다.

이미 병원 시스템에서는 약물 오류를 잡아내는 알고리즘이 사람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런 시스템을 탑재하게 되면, 단순 조제 업무나 정보 제공은 거의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대형 약국 체인이나 병원 약국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빠르게 이런 기술을 도입하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약사의 역할은 단순히 약 정보를 전달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약사는 환자의 상태, 생활 습관, 경제적 여건, 이해도, 심리 상태를 함께 고려해 약을 설명하고 조정합니다. 같은 처방이라도 환자가 고령인지, 여러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는지, 약을 제대로 복용할 수 있는 환경인지에 따라 상담 내용은 전혀 달라집니다. 이 판단은 데이터만으로 완벽하게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환자의 말투, 표정, 숨겨진 불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읽어내는 능력은 아직 인간 약사의 영역입니다.

더 중요한 부분은 책임과 신뢰입니다. 약물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됩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 하는 질문은 단순 기술 문제가 아닙니다. 환자는 로봇보다 인간 약사에게 더 큰 신뢰를 느낍니다.

특히 만성 질환자, 고령자, 복합 질환 환자에게 약사는 치료 과정에서 심리적 지지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이 관계는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의료 팀의 일원으로서 형성되는 것입니다.

결국 약사의 직무는 재편됩니다. 조제와 계산, 정보 검색 같은 반복 업무는 로봇과 AI가 담당하고, 약사는 더 복잡한 임상 판단과 환자 상담, 의료진과의 협업, 약물 관리 전략 설계에 집중하게 됩니다. 약사의 수는 줄어들 수 있지만, 남아 있는 약사의 전문성은 오히려 더 중요해집니다. 단순 지식 전달자는 사라지고, 고차원적인 의료 전문가로 재정의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약사를 없애기보다는 약사의 역할을 바꿉니다. 약사의 지식 중 계산과 기억의 영역은 기계가 담당하고, 인간 약사는 판단과 책임과 신뢰의 영역을 맡게 됩니다. 이것은 위기가 아니라 진화에 가깝습니다.

미래의 약사는 더 적은 수로,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의료 시스템의 핵심 조정자로 자리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기술이 약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약사를 이전보다 훨씬 중요한 존재로 다시 만들어 가고 있는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