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틀랜타에 살다 보니 이번 월드컵은 정말 남 일 같지가 않습니다.
TV로만 보는 경기가 아니라 내가 평소 지나던 도로 근처 경기장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묘한 기분을 들게 하니까요.
그런데 어제 아르헨티나와 이집트의 16강전은 경기 결과보다 계속 든 생각이 "홍명보 감독은 우리나라가 이집트를 상대하는 것이 정말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걸까?"
이집트 정말 잘하더군요. 깜짝 놀랄 수준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집트는 경기 전반 15분 야세르 이브라힘의 선제골이 터지면서 세계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기분 좋게 앞서갔습니다.
더 놀라운 장면은 후반 초반이었습니다. 후반 13분 무스타파 지코가 다시 골망을 흔들면서 스코어는 사실상 2대0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VAR이 개입했고, 이전 빌드업 과정에서 파울이 있었다며 골이 취소됐습니다.
이게 사실 애매한 판정이긴 합니다. 파울 위치하고 골 연결이 시간차가 많이 났거든요.
어쨌든 이 판정에 이집트 선수들은 강하게 항의했고, 하산 감독도 두 팔로 X자를 그리며 주심에게 불만을 표시하다 경고를 받았습니다.
2:0인데 1:0 이 되니까 여기서부터 경기 흐름에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죠.
하지만 이집트는 후반 22분, 지코가 진짜로 추가골을 터뜨리면서 마침내 스코어를 2대0으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이집트가 아르헨티나 팀보다 월등히 잘한다고 느겼습니다.
무려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두 골 차 리드를 기어이 다시 한번 잡은 것입니다. 골 취소만 안되었어도 3:0 리드가 되는거였죠.
사실 메시도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전반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찼지만 이집트 골키퍼 선방에 막혔습니다.
이번 대회 두 번째 PK 실축이었습니다. 월드컵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기록이 나왔습니다. 75% 확율이 넘는거던데 못넣었으니까요.
보통 선수라면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메시는 달랐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PK 실축이 아닙니다. 1골 1도움입니다.
후반 34분 메시가 올린 크로스를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헤더로 연결하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습니다.
그리고 불과 몇 분 뒤, 수비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공을 메시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습니다.
손끝을 맞고 크로스바를 때린 공이 골라인을 넘어가는 순간, 경기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왜 아직도 사람들이 메시를 GOAT(Greatest Of All Time)라고 부르는지 다시 느꼈습니다.
실패를 안 하는 선수가 아니라 실패한 뒤 가장 빨리 일어나는 선수. 그게 진짜 위대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크로스를 엔소 페르난데스가 침착하게 마무리하면서 결국 3대2 역전승이 완성됐습니다.
불과 10여 분 만에 세계 챔피언다운 저력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번 경기를 보면서 또 하나 느낀 것이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생각보다 수비가 완벽한 팀은 아닙니다.
특히 경기 초반 압박을 강하게 받으면 공간을 내주는 장면이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이집트가 70분 넘게 경기를 지배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축구는 90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는 능력, 흔들리는 순간 다시 분위기를 가져오는 힘, 결정적인 한 번을 놓치지 않는 선수의 존재가 결국 승부를 가릅니다.아르헨티나는 바로 그 부분이 달랐습니다.
그리고 메시는 큰 무대에서 어려운 순간 팀을 일으켜 세우는 선수이기 때문에 GOAT가 되는 것입니다.
리오넬 메시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처음 출전한 이후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 그리고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 무려 6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았습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를 36년 만의 우승으로 이끌며 자신의 커리어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습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인 골든볼을 수상했고, 결승전에서도 두 골을 넣으며 역사에 남을 활약을 펼쳤습니다.
특히 어려운 순간마다 팀을 구해내는 능력은 수많은 축구 팬들이 그를 GOAT(Greatest Of All Time)로 부르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월드컵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남긴 기록과 우승, 그리고 꾸준함까지 고려하면 메시는 축구 역사에 영원히 남을 전설적인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PK를 놓쳤다는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통계로만 남을 겁니다.
하지만 두 골 차 열세에서 팀을 8강으로 이끌었던 그 리더십과 존재감은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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