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 시니어 도로주행 87세부터, 부모님 면허 갱신 - Arlington Heights - 1

지난주 밤, 집 근처 숲길을 한 바퀴 돌고 들어오는데 아버지 차고에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들여다보니 아버지가 운전석에 앉아 사이드미러를 이리저리 맞추고 계셨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 무렵 집안 분위기가 꽤 무거웠을 겁니다. 일리노이에서는 일정 나이가 넘으면 갱신 때마다 도로주행 시험을 다시 봐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올해부터 그 기준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올해 7월 1일부터 일리노이 주의 Road Safety and Fairness Act, 하원 법안 HB 1226이 시행됐습니다. 핵심은 나이 때문에 의무로 보던 도로주행 시험의 시작 연령을 79세에서 87세로 올린 것입니다. 법안은 2025년 5월 주 의회를 초당적으로 통과했고 같은 해 8월 주지사가 서명했습니다.

사실 일리노이는 오로지 나이만으로 도로주행 시험을 요구하던 유일한 주였습니다. 저도 이 제도가 공정한지 오래 고개를 갸웃했던 사람입니다.

바뀐 규정을 나이대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79세와 80세는 4년마다 직접 방문해 갱신하고 시력 검사만 받습니다. 도로주행 시험은 없습니다.

81세부터 86세까지는 2년마다 직접 방문해 갱신하고 역시 시력 검사를 봅니다. 이 구간도 나이만을 이유로 한 도로주행 시험은 사라졌습니다. 다만 최근 교통 위반 기록이 있으면 필기시험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87세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매년 직접 방문해 갱신해야 하고, 시력 검사와 함께 실제 도로주행 시험을 봐야 합니다. 그러니 부모님이 87세를 앞두고 계시다면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하는 게 맞습니다.

상업용 운전면허, 즉 CDL은 이번 변화와 상관이 없습니다. CDL 소지자는 지금처럼 75세부터 갱신할 때마다 도로주행 시험을 봐야 합니다.

이번 법에서 제가 더 오래 생각하게 된 조항은 따로 있습니다. 가족이 부모님의 인지 능력이나 건강 때문에 운전이 걱정될 때 주 총무처에 신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둔 것입니다. 이 신고는 나이와 상관없이 할 수 있습니다.

신고 내용이 신빙성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운전자는 의료 재평가 서류를 내거나 다시 시험을 봐야 합니다. 재시험에는 필기, 시력, 도로주행이 모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나이라는 숫자 대신 실제 운전 능력과 건강을 보겠다는 방향입니다.

찬성하는 쪽은 75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듭니다. 반대로 80대는 인지 능력을 다시 볼 시점으로 너무 늦다는 운전학원 쪽 우려도 있었습니다. 저는 두 이야기 모두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건설 현장에서 오래 일하며 배운 게 하나 있습니다. 건물의 안전은 준공 연도가 아니라 실제 점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운전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나이라도 어떤 분은 저보다 반응이 빠르고, 어떤 분은 이미 밤길이 버겁습니다. 숫자 하나로 선을 긋는 것보다 사람을 들여다보는 쪽이 맞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마음을 완전히 놓을 일은 아닙니다. 시험이 사라졌다는 건 누군가 대신 봐주던 눈이 하나 줄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빈자리는 결국 가족이 채워야 합니다.

밤 산책을 하다 보면 낮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입니다. 맞은편 차의 전조등이 얼마나 눈부신지, 젖은 노면에 반사된 빛이 얼마나 길게 번지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 차 조수석에 일부러 몇 번 타 봤습니다. 차선 변경할 때 고개를 충분히 돌리시는지, 해 질 무렵 표지판을 제때 읽으시는지 조용히 봤습니다. 다행히 아직은 제 걱정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한인 부모님 세대는 운전대를 놓는 걸 독립을 잃는 일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외에서 차 없이 장 보고 교회 가고 병원 다니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까요. 그 마음을 모르면 대화가 금방 다툼이 됩니다.

저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갱신을 앞두고 함께 안과부터 들르겠습니다. 시력 검사는 79세 이상이면 어차피 갱신 때 받아야 하니 미리 확인해 두면 당일 긴장도 덜합니다.

운전면허 시설 방문은 미리 예약할 수 있는지 주 총무처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두는 게 좋습니다. 직접 방문이 필수인 연령대라 대기 시간이 길면 부모님이 지치십니다.

87세를 앞둔 부모님이라면 시험 전에 동네 길을 함께 몇 번 달려 보시길 권합니다. 주차와 좌회전, 비보호 교차로처럼 평소 습관이 드러나는 구간이 중요합니다.

가족 신고 제도는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 두고 싶습니다. 먼저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그래도 위험이 분명하면 그때 쓰는 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 몰래 신고부터 하면 관계에 금이 갈 수 있습니다.

세부 조건은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갱신 통지서와 주 총무처 안내를 꼭 직접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제가 확인한 공개 보도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그날 밤 아버지는 미러를 다 맞추고 나서 한참 차 안에 앉아 계셨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이민 와서 처음 산 중고차 이야기를 하실 때의 얼굴이 떠올랐을 뿐입니다.

운전대는 이 땅에서 부모님이 스스로 쌓아 올린 자유의 한 조각입니다. 그걸 언제 내려놓을지는 숫자가 아니라 함께 지켜보는 눈이 정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번 법이 그 방향으로 한 걸음 옮긴 건 반가운 일입니다.

숲길의 나무들도 해마다 조금씩 기울고, 그래도 대부분은 오래 버팁니다. 다만 누군가 가끔 둘러봐 주는 나무가 더 오래 서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 운전도 그렇게 곁에서 지켜봐 드리면 좋겠습니다.

오늘 밤에는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려 보시면 어떨까요. 면허 갱신이 언제인지, 요즘 밤 운전은 괜찮으신지 가볍게 여쭤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그 짧은 대화가 생각보다 많은 걸 알려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