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계 기타리스트 산타나의 'Corazón Espinado' - Phoenix - 1

여기 피닉스에 살다 보면 멕시코 문화는 그냥 일상의 한 부분이 됩니다.

단골 타코 가게만 가도 그렇고, 맨날 기름때 묻은 손으로 환하게 웃어주는 동네 정비소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도 그렇죠.

특히 주말에 바비큐 파티라도 열리면 맥주 한 캔씩 들고 흥얼거리는 노래가 바로 카를로스 산타나의 'Corazón Espinado'입니다.

사실 저도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땐 별생각 없었어요. "와, 일렉 기타 진짜 찰지게 잘 치네" 하는 정도였죠

그런데 여기서 멕시코 친구들이랑 부대끼고 살다 보니까, 이 노래가 단순한 히트곡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이 곡은 1999년에 나온 산타나의 레전드 앨범 'Supernatural' 에 있는 노래인데요, 멕시코의 국민 록 밴드인 '마나(Maná)'가 산타나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보컬인

페르 Olvera의 끈적하면서도 시원한 목소리가 아주 일품이죠. 2000년 라틴 그래미를 싹쓸이했던, 말 그대로 한 시대를 풍미한 명곡입니다.

제목인 'Corazón Espinado'를 우리말로 대충 번역하면 "가시에 찔린 심장"입니다.

사람 냄새나게 의역하자면 "가슴이 찢어진다", "마음에 대못이 박혔다" 정도의 맴찢 실화냐 ㅋ 실연 노래죠.

가사도 알고 보면 진짜 별거 없어요.

"그 여자를 잊으려고 해도 안 잊혀져..." "그녀 때문에 내 마음이 갈가리 찢어졌어..." "사랑이 이렇게 아플 줄 난 정말 몰랐었는데~~~"

그런데 이상하게 이 노래는 전혀 슬프게 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듣고 있으면 해가 쨍쨍한 멕시코 광장에서 얼음 가득 채운 버킷에 맥주 꽂아놓고, 친구들이랑 어깨동무하면서 낄낄거리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이게 바로 산타나 음악이 가진 마법 같은 매력입니다.

천상계 기타리스트 산타나의 'Corazón Espinado' - Phoenix - 2

한국 분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면 보통 반응이 딱 두 가지로 나뉩니다.

"와, 기타 누가 치는지 소리 죽여주는데!" 아니면 "뭔 말인지는 하나도 모르겠는데 분위기 참 묘하게 신나네."

그도 그럴 것이, 노래 시작하자마자 터져 나오는 산타나 특유의 기타 소리는 음 하나만 들어도 "어? 산타나네?" 하고 바로 알아채게 만들거든요.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빠르게 치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기술을 뽐내는 것도 아닌데, 징징 울리는 그 음 하나하나가 꼭 사람이 목을 놓아 우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기타 좀 친다는 사람들이 왜 "산타나는 손가락이 아니라 심장으로 연주하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으는지 알 것 같습니다.

반면에 여기 미국 친구들은 이 노래를 들으면 눈빛부터 달라집니다. 미국인들에게 산타나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전설' 그 자체거든요.

70년대 'Black Magic Woman'부터 시작해서 90년대 말 'Smooth'로 지구를 정복하기까지의 역사를 다 보고 자란 세대라, 이 곡을 들으면 "역시 산타나가 라틴 록의 본질을 제대로 보여주네" 하면서 고개를 까딱거립니다. 스페인어 가사는 몰라도 몸이 먼저 라틴 리듬에 반응하는 거죠.

여기 피닉스에서 주말 저녁에 친구들이랑 마당에 모여 바비큐를 구울 때, 배경음악으로 이 노래가 깔리면 참 묘한 행복감이 밀려옵니다.

누군가는 타지 않게 고기를 뒤집고, 누군가는 "살루드(건배)!"를 외치며 멕시코 맥주를 들이켜고, 아이들은 마당을 뛰어다니는데 그 사이로 산타나의 기타 소리가 잔잔하게 흐르는 그 순간. 가사 좀 모르면 어떻습니까?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리듬이 이미 온몸으로 말을 걸어오는데 말이죠.

"야, 사랑 때문에 좀 아프면 어때? 인생은 원래 계속되는 거야. 그러니까 즐겨!" 하고 말이에요.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들어도 전혀 세련미를 잃지 않은 노래. 해 질 무렵, 붉게 물드는 애리조나의 사막 도로를 달리며 창문을 활짝 열고 이 노래를 틀어보세요.

왜 산타나가 '기타로 노래하는 사람'인지 바로 깨닫게 되실 겁니다.

유튜브 올렸으니 한번 감상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