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앵커리지에서 만난 한 부부는 이스트사이드에 새로 문을 연 액티브시니어 커뮤니티(active adult community, 만 55세 이상 입주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주거단지) 오픈하우스를 다녀왔다고 했다. 넓은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온 이들에게 눈길을 끈 건 제설 작업과 지붕 관리를 관리업체가 대신 해준다는 설명이었다. 겨울이 긴 앵커리지에서는 이 한 줄이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실제로 난방과 전기 요금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레일벨트 권역, 즉 앵커리지가 속한 남중부 전력망 안에서는 전기 요금이 킬로와트시당 22센트 수준이다. 알래스카 전체 평균이 28.23센트인 것과 비교하면 앵커리지는 그나마 저렴한 축에 속한다. 다만 난방은 전기보다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가구가 많고, 가스 요금은 지역에 따라 1섬당 0.90달러에서 2.80달러 사이로 갈린다. 전기와 가스, 수도, 인터넷을 합친 가구당 월평균 유틸리티 지출은 455달러로 집계된다.
단독주택을 유지할 때 매달 이 정도가 고정비로 나간다는 뜻이다. 반면 콘도나 타운홈은 개별 난방 면적이 작고 지붕, 배관 같은 큰 수선을 HOA(Homeowners Association, 입주자들이 공동 비용을 나눠 내고 단지 관리를 맡기는 조합)가 처리하는 구조라 예상치 못한 지출이 줄어든다. 다만 그 대가로 매달 HOA 관리비를 내야 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최근 알래스카퍼블릭 보도를 보면 앵커리지는 전기요금이 비싼 탓에 히트펌프로 난방 방식을 바꿔도 실제 절감 효과는 크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천연가스가 워낙 저렴한 탓에 전기 기반 냉난방으로 갈아탈 유인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앵커리지에서는 단독주택이든 콘도든 가스 배관이 이미 연결된 매물인지, 지금 난방 방식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로 보인다. 타주에서 이주하는 가정이라면 특히 이 부분을 놓치기 쉬운데, 본토와 달리 이곳에서는 난방 방식이 매달 고정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매매가만 보면 단독주택과 콘도의 격차가 뚜렷하다. 앵커리지 단독주택 평균가는 51만달러 선이고, 콘도는 27만 6450달러 수준이다. 차액이 23만달러를 넘는다. 은퇴 후 다운사이징을 고민하는 가구라면 이 차액을 은퇴 자금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계산해볼 만하다.
재산세도 빼놓을 수 없다. 앵커리지 자치구의 실효세율은 1.29%, 중위 재산세 고지액은 연 4865달러다. 여기서 앵커리지 자치구가 운영하는 시니어 익젬션(Senior Exemption) 제도를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만 65세 이상이 주 거주지로 소유, 거주하는 주택은 평가액 중 최대 15만달러까지 과세 대상에서 빠지고, 연간 최대 2709달러까지 절감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배우자가 이 혜택 대상자였다면 만 60세 이상 미망인이나 홀아비도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다만 신청 첫해에는 전년도 한 해 동안 알래스카 주민으로 거주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예를 들어 평가액이 40만달러인 주택이라면 이 익젬션을 적용받으면 15만달러를 뺀 25만달러에 대해서만 과세되는 셈이다. 신청 마감은 매년 3월 15일이다.
결국 앵커리지에서 단독주택을 계속 끌고 갈지, 액티브시니어 커뮤니티나 콘도로 옮길지는 난방 방식과 유지보수 부담, 그리고 시니어 익젬션 적용 여부를 함께 놓고 따져볼 문제로 보인다. 특히 한국에서 막 이주해 처음 집을 마련하는 가정이라면 앵커리지처럼 난방비 비중이 큰 지역에서는 매매가만 보고 예산을 짜기보다 월별 유틸리티 지출까지 함께 계산에 넣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재산세와 HOA 정책은 자치구 조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신청 전 자치구 재산평가과에 직접 확인해 보기 바란다. 이 글은 투자, 법률 조언이 아니며 실제 매매나 신청 전에는 부동산 전문가와 상담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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