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에 만난 부부는 앤아버에서 이십 년 넘게 산 집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장 봐온 짐을 이층 부엌까지 나르는 일도, 지하실 세탁실을 오가는 일도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무릎 수술을 받은 뒤로는 계단 하나하나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런 상담은 최근 부쩍 늘었다. 은퇴를 앞둔 한인 가정들이 지금 사는 단독주택을 계속 지킬지, 아니면 관리가 덜한 콘도나 타운홈으로 옮길지 저울질하는 것이다.
먼저 비용부터 짚어보자. 앤아버의 콘도 평균가는 46만 3524달러, 단독주택은 62만 8252달러 수준이다. 이걸 쉽게 말하면 콘도로 옮기면 집값만으로도 16만 달러 넘게 여유가 생긴다는 뜻이다. 다만 콘도에는 HOA라는 게 따라붙는다. HOA는 단지 관리비라고 생각하면 된다. 앤아버 기준으로 월 200달러에서 400달러 선이고, 시설이 좋은 곳은 500달러까지도 간다.
문제는 난방비다. 앤아버는 DTE 에너지 관할인데, 요금이 킬로와트시당 20.13센트다. 월평균 886킬로와트시를 쓰는 가정 기준으로 월 178달러, 연간 2140달러 정도가 나온다는 계산이다. 미시간주 전체로 봐도 냉난방이 전기요금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단독주택은 천장이 높고 면적이 넓다 보니 겨울 난방비가 콘도보다 확실히 더 나간다. 반면 콘도는 벽 하나를 옆집과 공유하는 구조가 많아서 열 손실이 적다.
재산세도 빼놓을 수 없다. 앤아버는 대략 1.5% 세율이 적용되는데, 45만 달러짜리 집이면 연간 6750달러 정도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둘 게 있다. 미시간에는 프로포절 A라는 제도가 있어서, 같은 집에 계속 살면 과세표준이 물가상승률이나 5% 중 낮은 쪽으로만 오르게 묶어둔다. 이 말은 오래 산 집일수록 실제 시세보다 세금이 낮게 잡혀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새로 콘도를 사면 그 시점 시세로 재평가되니 오히려 세금이 올라갈 수 있다는 걸 놓치는 분들이 많다.
62세 이상이면 여름 재산세 납부를 미룰 수 있는 서머 디퍼먼트 제도도 있고,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면 최대 1900달러까지 돌려받는 호미스테드 프로퍼티 택스 크레딧(Homestead Property Tax Credit)도 신청할 수 있다. 2025년 기준 가구 소득 7만 1500달러 이하가 대상이고, 6만 2500달러부터는 금액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액티브시니어 커뮤니티, 그러니까 55세 이상 입주가 원칙인 단지도 고려해볼 만하다. 잔디 깎기와 제설 작업이 관리비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서, 몸이 예전 같지 않은 시기에는 그 편리함이 돈보다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HOA비는 매달 고정으로 나가는 돈이라 은퇴 후 고정수입 안에서 감당 가능한지 미리 계산해봐야 한다.
단독주택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면 매년 지붕이나 보일러, 상하수도 배관처럼 예고 없이 큰돈이 들어가는 항목도 미리 감안해야 한다. 콘도는 이런 공용 부분 수리비가 HOA 예비비에서 나가는 구조라 목돈 지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예비비가 부족한 단지라면 특별부과금, 즉 스페셜 어세스먼트가 갑자기 나올 수 있으니 매물을 볼 때 HOA 재정 상태를 함께 확인해보는 게 좋다. 자녀가 이미 독립한 은퇴 가정이라면 학군보다는 병원과 대형마트 접근성이 더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계단 때문에 고민하던 그 부부는 결국 단지 시설과 관리비, 남은 대출 잔액을 함께 표로 정리해보고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단독주택을 유지하는 쪽이 매달 지출은 더 크지만 재산세 부담은 오히려 낮게 묶여 있다는 걸 확인한 뒤였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가정마다 다르다. 세금과 임대법, 모기지 조건은 카운티별로 달라질 수 있으니 실제 계약 전에는 세무사나 부동산 전문가와 함께 확인해보길 권한다. 이 글은 투자나 법률 조언이 아니라 일반적인 시장 정보로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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