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렌트와 집값, 신혼부부의 계산 - New York - 1

결혼을 앞둔 두 사람이 뉴욕에서 첫 보금자리를 구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벽에 부딪히는 게 렌트 시세다. 맨해튼 기준으로 한 달 렌트가 5,395달러에 이른다. 뉴욕 전체로 넓혀 봐도 평균 4,495달러다. 그럼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Zillow에 따르면 뉴욕시 평균 주택 가치는 82만 3,251달러다. 지난 1년 동안 3.8퍼센트 올랐다. 최근 거래된 집들의 중위 매매가는 90만 7,000달러까지 올라왔다는 자료도 있다. 렌트와 집값이 같은 방향으로, 그것도 둘 다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도시에서는 price-to-rent ratio, 그러니까 매매가가 1년 치 렌트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숫자로 판단해 보는 게 도움이 된다. 82만 3,251을 1베드룸 연 렌트 5만 3,520달러로 나누면 약 15.4가 나온다. 업계에서 15 안팎은 매매와 렌트 사이에서 어느 쪽도 확실히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구간으로 본다.

같은 조건이라도 두 신혼부부의 선택은 갈릴 수 있다. 한 부부는 부모님 도움으로 다운페이먼트를 20퍼센트 이상 마련했고, 앞으로 10년은 뉴욕을 떠날 계획이 없다. 이런 경우라면 매달 나가는 모기지 페이먼트가 결국 자산으로 쌓인다는 점에서 매매 쪽 계산이 나쁘지 않다.

다른 부부는 다운페이먼트가 부족하고, 직장 때문에 2, 3년 안에 다른 도시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클로징 비용과 재산세, HOA 비용까지 감안했을 때 렌트가 훨씬 유연한 선택이 된다. 짧은 기간 안에 팔면 거래 비용만으로도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맨해튼과 퀸즈를 같은 예산으로 비교해 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맨해튼 렌트는 5,395달러 선이지만 퀸즈는 이보다 훨씬 낮은 동네가 많다. 통근 시간이 조금 늘어나는 대신 렌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구조다. 매매도 마찬가지다. 같은 예산으로 맨해튼에서는 좁은 스튜디오나 원베드룸 콘도밖에 못 구해도, 퀸즈나 브롱스로 가면 투베드룸 이상도 가능해진다.

모기지 페이먼트를 계산할 때는 원금과 이자 외에 재산세, 주택 보험료, 코압이라면 관리비까지 더해야 실제 월 부담이 나온다. 뉴욕은 코압과 콘도의 세금 구조가 달라서, 매물을 볼 때 어떤 형태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렌트와 단순 비교하면 착시가 생기기 쉬운 부분이다.

가격 흐름을 좀 더 길게 보면 지난 2년 동안 뉴욕은 렌트와 집값이 동시에 상승 압력을 받은 시기였다. 팬데믹 직후 잠시 빠졌던 렌트가 빠르게 반등했고, 집값도 금리 부담 속에서도 꾸준히 올랐다. 두 지표가 함께 오르면 신혼부부처럼 목돈이 크지 않은 가구는 선택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다운페이먼트 여력이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뉴욕은 자치구마다 시세 차이가 크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같은 예산이라도 맨해튼과 퀸즈, 브루클린을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네를 찾는다면 학군과 통근 거리를 함께 놓고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타주에서 뉴욕으로 오는 가정이라면 소득세와 렌트 안정화법 같은 뉴욕 특유의 제도도 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렌트 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인지 여부에 따라 향후 인상 폭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계약서에서 이 부분을 꼼꼼히 확인해 보기 바란다.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의 도움을 받아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하는 경우도 뉴욕에서는 드물지 않다. 이런 지원이 있다면 매매 계산이 한결 유리해지지만, 지원 없이 두 사람의 소득만으로 다운페이먼트를 모으는 경우라면 몇 년 더 렌트로 자금을 모으는 편이 무리 없는 선택일 수 있다.

결국 집값과 렌트가 함께 오르는 도시에서는 숫자 하나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다운페이먼트 여력과 거주 기간, 두 가지 기준을 먼저 세워 두면 판단이 한결 쉬워진다. 이 글은 투자나 법률 조언이 아니며, 실제 계약 전에는 전문가 상담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