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싱턴 부촌, 말농장 옆 대저택 - Lexington - 1

켄터키주 렉싱턴은 세계 승마의 수도라는 별명답게, 부의 지형도 자체가 말 농장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초록 목초지 위에 하얀 펜스로 둘러싸인 대형 농장들이 이어지고, 그 안에 자리한 저택들이 이 지역 상위 자산가들의 주거지를 이룬다. 다른 대도시처럼 고층 콘도나 대형 게이트 커뮤니티가 부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니라, 목초지와 마구간을 낀 넓은 부지 자체가 자산가치를 결정한다는 점이 렉싱턴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대표적인 부촌으로는 먼저 체비 체이스를 꼽을 수 있다. 켄터키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이 동네는 1900년대 초에 조성된 역사지구로, 중위 주택가격은 40만 달러 중후반대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래된 참나무와 벽돌 저택이 어우러진 거리 풍경이 특징이며,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아온 곳이다. 렉싱턴 시내와 가까우면서도 조용한 주택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자녀를 둔 가정에서 특히 선호하는 편이다.

애슈랜드 파크 역시 렉싱턴을 대표하는 고급 주거지다. 미국 정치가 헨리 클레이의 저택 애슈랜드를 중심으로 개발된 지역답게 넓은 부지와 고전적인 건축 양식이 눈에 띈다. 이 동네의 주택 중위가격은 50만에서 60만 달러 선으로 체비 체이스보다 한 단계 높게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래에는 하트랜드와 팔로마 같은 신흥 개발지도 렉싱턴 동부에서 새로운 고급 주택가로 떠오르고 있는데, 신축 대형 주택이 많아 40만에서 50만 달러대 매물이 꾸준히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진짜 자산가들의 저택은 시내가 아니라 교외의 말 농장 지대에 있다. 페이엣 카운티와 인접한 우드퍼드 카운티 일대, 특히 베르사유와 미드웨이 인근에는 수백 에이커 규모의 서러브레드 사육 농장이 밀집해 있고, 이런 대형 농장의 부지와 저택을 합친 가치는 수백만 달러에서 많게는 천만 달러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켄터키 더비로 유명한 경주마 산업 자체가 부유층 유입의 배경이 된 셈이며, 매년 봄 열리는 경매 시즌에는 해외 자산가들의 문의도 함께 늘어난다고 전해진다.

렉싱턴 전체의 중위 주택가격이 30만 달러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체비 체이스나 애슈랜드 파크는 시 평균보다 1.5배에서 2배가량 높고, 말 농장 지대는 아예 다른 시장으로 분리해서 봐야 할 정도로 격차가 크다. 학군, 역사성, 그리고 경관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겹치면서 이런 가격 차이가 굳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몇 년간 모기지 금리가 오르내리는 와중에도 이들 지역의 매물 회전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렉싱턴에 정착하는 한인 가구는 아직 많지 않은 편이지만, 대학병원 및 인근 대학 관련 전문직으로 이주하는 경우 체비 체이스나 애슈랜드 파크 인근 학군을 우선 고려하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 말 농장 지역은 생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멀기 때문에, 투자 목적이 아니라면 시내 접근성이 좋은 역사지구 쪽이 실거주지로는 더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임대 수익이나 장기 자산 보전을 목표로 한다면 우드퍼드 카운티의 소규모 농장형 매물도 눈여겨볼 만하다.

렉싱턴의 부촌 지형은 도심형 역사지구와 교외형 농장지대로 뚜렷하게 나뉘어 있다. 두 시장의 성격이 다른 만큼, 이사나 투자를 고려한다면 어느 쪽 생활권에 무게를 둘지부터 정리해두는 편이 좋겠다. 학군과 통근을 중시한다면 체비 체이스나 애슈랜드 파크, 넓은 부지와 프라이버시를 중시한다면 우드퍼드 카운티 쪽을 먼저 둘러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