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사스에 오래 살다 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카지노가 없네?"
하다못해 캘리포니아처럼 인디언 카지노도 주요 도시안에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도박할 일이 없겠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플레이노에서 차를 몰고 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만 올라가면 오클라호마주 Thackerville에 있는 WinStar World Casino가 나옵니다.
거리가 약 78마일 정도라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아침이면 I-35를 따라 올라가는 차량이 꽤 많습니다.
WinStar는 규모만 놓고 보면 정말 웬만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못지않습니다.
약 37만 제곱피트에 달하는 게임 공간과 수천 대의 슬롯머신, 수백 개의 테이블 게임, 1,300개가 넘는 호텔 객실까지 갖춘 초대형 리조트입니다. 공연장과 골프장, 스파, 다양한 레스토랑도 있어 가족 여행처럼 다녀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카지노 자체가 아닙니다. 카지노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오락시설입니다. 적당한 예산 안에서 즐기고 오는 사람들도 많고, 친구들과 공연을 보거나 식사를 하러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텍사스 달라스에서 오래 사신 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누구누구가 오클라호마 카지노 때문에 집을 날렸다더라", "사업하다 번 돈을 다 잃었다더라", "매주 갔다가 결국 파산했다" 같은 이야기를 생각보다 자주 듣게 됩니다.
물론 소문이 과장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이야기는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한인 사회가 크지 않다 보니 어느 순간 비슷한 이야기가 계속 들려옵니다.
처음에는 100달러만 가지고 재미 삼아 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조금 따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오늘은 운이 좋네." "다음에도 이길 수 있겠는데?"
그러다 잃는 날이 오면 이번에는 본전을 찾겠다고 돈을 더 넣습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도박은 돈을 잃어서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잃은 돈을 되찾으려는 순간 가장 위험해집니다.
카지노는 확률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사업입니다. 잠깐 크게 이기는 사람은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카지노가 이기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번 판만..." "이번에는 꼭 나온다." 이 생각이 계속 반복됩니다.
제가 예전에 알던 분도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친구 따라 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거의 매주 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평일에도 일을 마치고 혼자 올라갔다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몇 백 달러였습니다. 그다음에는 몇 천 달러. 나중에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까지 쓰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은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통장이 비어 있고 카드값이 밀리고 나서야 문제가 드러난 것입니다.
더 안타까운 건 도박 중독은 겉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술은 냄새라도 나고, 약물은 행동이 달라지지만 도박은 그냥 "오늘 친구 만나러 간다", "골프 치러 간다" 정도로 말하고 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우자도 몇 년 동안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도박 중독을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과 마찬가지로 치료가 필요한 행동중독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생겼다면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플레이노에서 WinStar까지 한 시간 남짓. 가까우면 가까운 거리이고, 멀다면 먼 거리입니다.
주변에서 "도박하다 망했다"는 이야기가 괜히 반복해서 들리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처음부터 큰돈을 잃은 것이 아니라, "이번 한 번만"이라는 작은 선택이 수십 번, 수백 번 쌓여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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