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마트 셀프 계산대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앞에 선 고등학생이 카드를 두 번이나 거절당하더니, 얼굴이 빨개져서 휴대폰 앱을 한참 들여다보더라고요.
잔고가 모자랐던 건지, 데빗과 크레딧을 헷갈린 건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 뒷모습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우리 때는 돈 쓰는 법을 학교에서 배운 기억이 없잖아요. 부모님 어깨너머로, 아니면 직접 부딪히고 깨지면서 알았죠.
그런데 요즘 미국 고등학교 풍경이 꽤 달라지고 있어요. 개인 금융 과목을 들어야 졸업장을 주는 주가 이제 절반을 넘었거든요.
금융교육 비영리단체 NGPF 집계로는 졸업 전에 한 학기 이상 독립된 개인 금융 과목을 반드시 듣게 하는 주가 30곳입니다. 2025년 가을 델라웨어가 30번째로 합류했어요.
2020년만 해도 이런 주는 8곳뿐이었다고 해요.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빨리 퍼진 교육 정책도 흔치 않죠.
숫자는 단체마다 조금씩 달라요. 다른 과목 안에 금융 단원을 끼워 넣은 주까지 세면 더 많아지고, 독립 과목만 세면 30곳이 됩니다.
2025년 한 해에만 켄터키, 콜로라도, 텍사스, 델라웨어가 새로 법을 만들었어요. 캘리포니아도 2030-31학년도 졸업생부터 이 과목을 필수로 정했고요.
아직 이런 요건이 없는 곳은 20개 주와 워싱턴 DC 정도 남았다고 해요. 전국 모든 고등학생이 졸업 전에 금융 과목을 듣게 하자는 게 이 단체의 목표라니, 머지않아 대세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 플로리다는 어떨까요. 플로리다는 꽤 일찍 움직인 편이에요.
2022년 3월 주지사가 도로시 L. 허킬 금융문해법(Dorothy L. Hukill Financial Literacy Act)에 서명했습니다. 법안을 처음 밀었던 고 허킬 주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법이에요.
허킬 의원은 2018년에 이 법을 처음 냈지만 하원 문턱을 넘지 못했고, 그해 10월 세상을 떠났어요. 동료 의원들이 그 뜻을 이어 결국 통과시켰다는 이야기를 읽고 잠깐 마음이 찡했습니다.
핵심은 간단해요. 2023-24학년도에 9학년으로 들어온 학생부터 개인 금융 0.5학점을 따야 표준 졸업장을 받습니다.
그러니까 내년 봄 졸업하는 2027년 졸업생이 이 규정을 적용받는 첫 세대예요. 지금 12학년인 아이를 둔 집이라면 이미 이수했거나 이번 학년 시간표에 들어가 있을 겁니다.
새 과목이 생긴 대신 선택과목 학점은 8학점에서 7.5학점으로 줄었어요. 전체 졸업 학점이 늘어난 건 아니라는 점은 알아두시면 좋겠어요.
수업 내용은 생각보다 현실적입니다. 은행 계좌 종류와 관리, 수표장 정리, 대출 신청서 작성, 연방 소득세 계산까지 들어가요.
신용점수가 어떻게 매겨지는지, 빚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배웁니다. 솔직히 어른인 저도 다시 듣고 싶은 목록이에요.
이민 와서 처음 크레딧 카드를 만들던 날이 떠올라요. 신용 기록이 없다고 거절당하고, 시큐어드 카드라는 게 뭔지 몰라 한참 헤맸거든요.
그때 누가 한 학기만 차분히 알려줬어도 몇 년은 덜 돌아갔을 거예요. 그래서 이 뉴스가 남의 일 같지 않았나 봅니다.
한인 가정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부모가 미국 금융 시스템을 늦게 배운 집일수록 아이가 집에서 배울 기회가 적으니까요.
학교가 그 빈자리를 채워준다면 출발선이 조금은 고르게 맞춰지는 셈이죠. 교육 정책이 이런 방향으로 가는 건 저는 반가워요.
아이가 첫 아르바이트 월급을 받고, 대학 학자금 대출 서류에 서명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옵니다. 그 전에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배워본 아이와 아닌 아이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어요.
물론 걱정되는 부분도 있어요. 과목만 만들고 가르칠 교사나 교재가 부족하면 형식적인 수업으로 끝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부모가 할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봐요. 아이가 오늘 뭘 배웠는지 저녁 식탁에서 한 번씩 물어봐 주는 것만으로도 수업이 훨씬 살아납니다.
저라면 이렇게 해보겠어요. 수업에서 세금 계산을 배우는 주에는 집에 온 W-2나 공과금 고지서를 같이 펼쳐보는 거예요.
신용점수 단원을 배울 때는 내 카드 명세서를 보여주며 이자가 어떻게 붙는지 이야기해 봐도 좋고요. 숫자를 숨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됩니다.
졸업 요건이 궁금하면 다니는 학교 카운슬러에게 아이 학점표를 요청해 보세요. 어느 학년에 이 과목을 넣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어요.
다른 주로 이사 계획이 있는 집은 그 주의 졸업 요건도 미리 살펴두시길 권해요. 주마다 시작 연도와 학점이 제각각이거든요.
그날 계산대의 그 학생은 결국 다른 카드로 계산하고 나갔어요. 몇 년 뒤의 아이들은 그런 순간에 조금 덜 당황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돈 이야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세대가 자라는 것. 저는 이 변화가 졸업장 한 장보다 더 오래 남을 선물이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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