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영화 찍는 줄 알았다, 패서디나 주민들 잠 못 이룬 밤 - Pasadena - 1

어젯밤 진짜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저녁 9시 정도부터 헬리콥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경찰 헬기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소리가 점점 커졌습니다. 창문을 열어보니 여러 대의 군용 헬리콥터처럼 보이는 기체가 낮게 비행하고 있었습니다.

패서디나에 오래 살았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헬기들이 20년 넘게 문을 닫은 옛날 병원 옥상에 착륙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이웃들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동네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무슨 일이냐", "테러 공격이라도 난 줄 알았다", "전쟁 영화 촬영하는 거냐"는 글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새벽 2시까지 난리도 아니었는데 알고 보니 군사 훈련이었다고 합니다.

실제 탄약이 아니라 공포탄 사용한 훈련이었다고 하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그 차이를 알 방법이 없습니다.

새벽 시간에 갑자기 헬기가 내려앉고 총소리가 들리면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일을 겪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도대체 누가 조용한 패서디나 한복판에서 야간 도시전 훈련을 하자는 발상을 한 걸까?"

패서디나는 원래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도 비교적 조용하고 안정적인 주거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 화가 나는 부분은 사전 고지가 사실상 없었다는 점입니다. 시에서는 인스타그램에 공지를 올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패서디나 주민 모두가 시청 인스타그램을 매일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특히 노년층 주민들은 SNS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요한 공공 안전 관련 정보를 인스타그램 게시물 하나 올려놓고 "공지했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헬리콥터와 총격음을 동반하는 대규모 훈련이라면 최소한 며칠 전부터 문자 알림, 지역 언론 보도, 우편 안내문 정도는 제공하는 것이 상식 아닐까요?

실제로 많은 주민들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라 911에 전화를 걸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순간적으로 신고를 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시의회 의원 Rick Cole 역시 한밤중에 주민들에게 충분한 사전 통보 없이 이런 군사 훈련을 진행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군사 훈련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군과 경찰이 비상 상황에 대비해 훈련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문제는 장소와 시간, 그리고 주민들과의 소통입니다. 수만 명이 거주하는 주택가 한가운데에서 밤새도록 헬기를 띄우고 착륙시키며 총격 시뮬레이션까지 하는데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당연히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패서디나는 관광객도 많고 은퇴자들도 많이 사는 도시입니다. PTSD를 가진 참전 군인,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 건강 문제로 수면이 중요한 노인들도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한밤중 군사 훈련은 단순한 소음 문제가 아니라 실제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어젯밤 잠을 설친 주민들의 분노는 단순히 시끄러워서가 아닙니다. 우리 동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권리가 있는데 그 권리가 무시됐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런 훈련이 필요하다면 최소한 문자 알림, 지역 뉴스 공지, 우편 통보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주민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새벽에 헬기 소리에 잠에서 깨서 "테러라도 난 건가?" 하는 생각은 다시 하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