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은 이미 미 서부에서 손꼽히는 고가 시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지역별 편차가 상당히 크다. 같은 시애틀이라는 이름 아래 있어도 메디나, 브로드무어, 로렐허스트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가깝다.
메디나(Medina)는 워싱턴 호수 동쪽에 자리한 소도시로, 빌 게이츠를 비롯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한때 거주했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중위 주택가격은 400만 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호수 전망을 갖춘 대형 필지 주택은 1000만 달러 이상에 거래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본사 접근성, 호수를 낀 조용한 환경이 이 지역을 상징적인 부촌으로 만든 배경으로 꼽힌다. 인구 3000명 안팎의 작은 도시라는 희소성도 가격을 밀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시애틀 도심 안쪽에서는 브로드무어(Broadmoor)를 빼놓을 수 없다. 게이트로 둘러싸인 이 커뮤니티는 자체 골프클럽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외부인의 접근이 제한된 사설 도로 구조 덕분에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자산가들이 오랫동안 선호해 왔다. 매물 자체가 드물어 정확한 중위가를 산정하기 어렵지만, 최근 거래 사례를 보면 300만 달러 이상이 기본선으로 형성되어 있다.
로렐허스트(Laurelhurst)와 워싱턴 파크(Washington Park) 인근도 전통적인 고급 주거지로 꼽힌다. 워싱턴 호수와 유니언 호수 조망, 시애틀대학교와 인접한 학군 평판이 맞물려 중위 주택가격이 250만 달러 안팎에 형성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벨뷰 북쪽의 더 하이랜즈(The Highlands) 같은 게이트 커뮤니티도 시애틀 메트로 상급지 목록에 자주 함께 거론되는 지역이다.
시애틀 전체 중위 주택가격이 90만 달러 선인 점을 감안하면, 메디나와의 격차는 네 배 이상 벌어진다. 같은 도시 이름을 쓰고 있어도 실제 생활권과 가격대는 별개의 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런 격차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금리 상승기에도 크게 줄지 않았는데, 상급지 매수자 상당수가 대출 의존도가 낮은 현금 매수층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인 커뮤니티 관점에서 보면 전통적으로 벨뷰나 이사콰 쪽에 자산가 밀집도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최근 시장을 보면 빅테크 업계에서 스톡옵션을 통해 자산을 형성한 30~40대 한인 전문직들이 메디나 인근 소형 필지나 로렐허스트 콘도를 매수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어나는 흐름이 관찰된다. 자녀 학군보다는 자산 가치 방어를 우선순위로 두는 매수 상담이 늘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재산세 부담도 함께 고려할 부분이다. 워싱턴주는 소득세는 없지만 재산세율이 낮지 않아, 400만 달러대 주택이라면 연간 재산세만 4만 달러 안팎에 이를 수 있다. 이 지역들에 관심이 있는 가구라면 우선 학군보다는 자산 성격을 먼저 따져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메디나나 브로드무어는 거주 목적 못지않게 장기 자산 보전 수단으로 접근하는 매수자가 많아, 시세 차익보다는 안정적인 보유를 목표로 하는 편이 시장 흐름에 부합한다.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빈도 자체가 낮은 만큼, 중개인과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며 오프마켓 정보를 확보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모기지 금리 환경에서도 메디나와 브로드무어 매물이 시장에 머무는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게 유지되고 있다. 매수 대기 수요가 꾸준한 반면 매물 공급이 구조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보니, 금리 인상기에도 가격 하방 압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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