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버에서 골프 좀 친다 하는 분들 사이에서 '체리 힐스 컨트리 클럽(Cherry Hills Country Club)'은 단순한 골프장이 아니라 하나의 로망이자 성지 같은 곳입니다.
덴버 남쪽의 유서 깊은 부촌인 체리 힐스 빌리지에 자리 잡고 있는데, 미국 골프 역사에 굵직한 발자국을 남긴 전통 명문 사립 클럽입니다.
PGA 메이저 대회가 열릴 때마다 전 세계 골프 팬들의 시선이 이곳으로 쏠리곤 하죠.
1922년에 문을 열었으니 벌써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온 셈입니다.
덴버 다운타운에서 남쪽으로 10마일 정도 내려가면 나오는 이 코스는, 당대 최고의 설계가 윌리엄 플린의 손길로 태어났습니다.
18홀(파71)로 구성된 챔피언십 코스는 해발 5,500피트가 넘는 고지대에 있어 탁 트인 전망이 아주 일품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막상 라운딩을 시작하면 만만치 않은 난이도에 진땀을 뺀다는 평이 많습니다.
이곳이 전설이 된 결정적인 순간은 1960년 US 오픈이었습니다.
골프계의 영원한 우상 아널드 파머가 마지막 라운드 1번 홀에서 드라이버로 그린 앞까지 공을 보내며 대역전극의 서막을 열었던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기분 좋은 버디로 시작해 트로피까지 거머쥔 그 드라마 같은 장면은 지금도 골퍼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장면으로 회자됩니다.
그 후로도 1978년, 1985년, 2012년(웨브 심슨 우승) 등 US 오픈을 거듭 개최하며 거룩한 위상을 다져왔습니다.

하지만 명성이 높은 만큼 문턱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철저하게 베일에 싸인 프라이빗 클럽이라 아무나 들어갈 수 없습니다.
기존 회원의 깐깐한 추천과 보증이 있어야 간신히 가입 자격이 주어지는데, 돈이 있다고 해서 프리패스로 통과되는 곳이 결코 아닙니다.
자산 규모는 물론이고 지역 사회에서의 평판과 직업적 지위까지 까다롭게 검증받아야 비로소 패밀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면 정말 입이 떡 벌어집니다.
가입비(Initiation Fee)만 대략 10만 달러에서 많게는 25만 달러 이상(한화 약 1억 3천만 원~3억 원 이상)이 들어갑니다.
게다가 한 번 내고 끝이 아닙니다. 매달 내는 유지 회비(Dues)도 1,000달러에서 1,500달러 선에 달해, 숨만 쉬어도 매년 천만 원이 넘는 돈이 나가는 셈입니다.
클럽 하우스 안에서 의무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최소 식음료 비용 규정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대신 회원이 되면 그림 같은 골프 코스는 물론이고, 테니스장, 올림픽 규격의 야외 수영장, 최첨단 피트니스, 그리고 특급 호텔 부럽지 않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까지 최고급 시설을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덕분에 덴버의 내로라하는 대기업 CEO, 정재계 인사, 성공한 자산가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주고받는 최고의 사교 장소로 쓰입니다.
주말 아침 라운딩을 돌며 수백억 짜리 계약이 오가는 곳이 바로 이 체리 힐스입니다.

현실적으로 체리 힐스의 문턱이 너무 높고 멀게 느껴진다면, 덴버 근처에 숨어있는 멋진 대안들도 아주 많습니다.
덴버 시에서 운영하는 '시티 파크 골프 코스'는 아주 친근한 퍼블릭 코스입니다. 저렴한 그린피로 덴버의 멋진 도심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며 부담 없이 샷을 날리기 좋아서 주말마다 로컬 골퍼들로 북적입니다.
모리슨 인근에 위치한 '레드 록스 컨트리 클럽'은 거대한 붉은 사암 절벽을 병풍 삼아 치는 이색적인 경관으로 유명합니다.
붉은 바위 사이로 날아가는 하얀 골프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특히 콜로라도에서 골프를 칠 때 절대 놓칠 수 없는 짜릿한 매력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고도 효과'입니다.
이곳은 고지대라 공기 저항이 아주 적습니다. 덕분에 평지보다 골프공이 보통 10~15%는 더 멀리 날아갑니다.
한국이나 미국 해안가 도시에서 치던 분들이 이곳에 와서 첫 라운딩을 돌면, 평소보다 훌쩍 늘어난 비거리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내가 언제 이렇게 장타자가 됐지?" 하며 기분 좋은 손맛에 빠지는 것, 이것이 바로 덴버 골프가 선사하는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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