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에 사는 나로서는 이곳 콜로라도의 맑은 하늘과 상쾌한 공기는 참 좋지만, 이상하게도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될 때가 종종 있어요.
처음엔 고산지대 때문인가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진짜 이유는 따로 있더라고요.
바로 김치를 안 먹고 살았던 몇 달간이 문제였어요.
왜 김치를 끊었냐고요?
사실, 미국에 오래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입맛이 조금씩 바뀌어요.
햄, 치즈, 샐러드, 파스타... 이런 음식들이 일상이 되면서 김치라는 존재가 "있으면 좋고, 없어도 살 수 있는" 정도가 되더라고요.
특히 냄새가 강하다는 이유로 룸메이트 눈치도 보이고, 직장 냉장고에 넣기도 부담스러워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죠.
그렇게 몇 달간 김치 없이 지내다 보니, 속이 자주 불편해지기 시작했어요.
식후에 위가 더부룩하거나, 화장실을 잘 못 가는 날이 많아졌고, 피부도 뭔가 칙칙한 느낌?
그때부터 슬슬 '내 몸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걸까?' 하고 식단을 다시 돌아보기 시작했죠.
어느 날 친구랑 한식당에 가서 외식을 했는데 그날 김치를 많이 먹었어요.
신기하게도 다음 날 아침 화장실도 시원하게 잘 갔고, 식욕도 살아났고, 기분까지 맑아지는 느낌이었어요.
'설마 김치 하나 때문이겠어?' 싶어서 실험 삼아 다시 김치를 매일 한두 번씩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결과요? 정말 신기하게도 속이 편해지고, 장도 건강해진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김치의 '과학적인 이유'를 찾아보기 시작했죠.
김치, 속이 편한 진짜 이유
김치는 발효식품입니다. 그중에서도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라는 유산균이 풍부한데, 이게 바로 장내 환경을 좋게 만들어주는 유익균이에요. 요즘 유산균 영양제 많이들 드시죠? 그런데 김치엔 이미 그런 유산균이 자연스럽게 들어 있어요. 그리고 김치 속 유산균은 위산에도 강해 장까지 살아서 도달할 확률이 높다고 해요. 이 유산균들이 장 속 나쁜 균을 억제하고, 소화를 도와주는 덕분에 속이 편하고 변비도 개선되는 효과가 생기는 거죠.
식이섬유와 효소의 콜라보
김치에 들어가는 배추, 무, 파, 마늘 등은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줘요. 게다가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효소들이 음식 소화를 더 쉽게 만들어줍니다. 김치를 먹으면 마치 '소화 도우미'를 몸속에 한 명 더 들인 기분이랄까요?
마늘과 생강
김치에 빠질 수 없는 게 마늘과 생강인데요, 이 두 가지는 소화기계를 자극해서 위액 분비를 촉진해주는 역할을 해요. 그러니까 김치를 먹으면 입에서 침이 돌고, 위장이 슬슬 작동을 시작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특히 기름진 음식 먹을 때 김치를 곁들이면 속이 훨씬 덜 느끼하고 편하더라고요.
염증 억제 효과
김치에 들어가는 채소들은 대부분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고, 몸속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성분들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고춧가루에 들어있는 캡사이신은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마늘 속 알리신은 항균작용까지 해줘요. 이런 복합적인 기능들이 어우러져 속을 더 깨끗하게, 편안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요즘은 무조건 하루 한 끼 이상 김치를 먹습니다. 직장에 도시락을 싸갈 땐, 미리 잘게 썬 김치를 따로 용기에 담아가요.
냉장고엔 항상 잘 익은 김치 한 통을 두고, 볶음밥, 김치찌개, 김치전 등 활용도도 높아요.
가끔은 미국 친구들이 '그 냄새 나는 거 어떻게 먹어?'라고 묻기도 하지만, 저는 이제 당당하게 말합니다.
"이건 내 위장을 지켜주는 슈퍼푸드야."
결론: 나에게 김치는 약이다
김치는 단순한 반찬이 아니에요. 덴버에서 외롭고 바쁘게 살아가는 나에게, 김치는 엄마 손맛이자 건강지킴이고, 속을 안정시켜주는 마법의 음식입니다.
특히 미국 음식에 치여 위장이 지칠 때, 매콤하고 새콤한 김치 한 접시만 있어도 소화가 훨씬 부드러워져요. 이 글을 보는 분 중에 혹시 요즘 속이 더부룩하고 장이 편하지 않다면? 답은 냉장고 구석에 있는 익은 김치 한 통일 수도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