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보고 마신 맥주, 왜 첫 잔에서 이미 기분이 좋아질까 - Denver - 1

옛날이지만 TV에서 대머리 길이가 카스 광고 나올 때. 딱히 목이 마른 것도 아닌데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이 훅 올라온다.

로고 박힌 잔에 거품 차오르고, 길이 한 모금 들이켜고 "캬—" 하는 그 순간.

그거 보고 진짜 편의점 가서 똑같은 거 사온 적, 솔직히 다들 한 번쯤 있지 않나?

나도 그랬다. 광고 보고 산 맥주만 해도 꽤 된다.

근데 웃긴 게 뭐냐면, 막상 집에서 캔 따서 한 모금 마시면 생각만큼 "와 미쳤다" 이런 맛은 아니라는 거다.

그냥 시원하고, 그냥 맥주 맛이다. 근데 이상하게 기분은 좋아진다.

이게 왜 그럴까 싶어서 찾아봤는데, 이게 알고 보니 이유가 있더라.

흔히 맥주는 알코올 때문에 기분 좋아지는 거라고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란다.

미국 인디애나 의대 연구팀이 실험을 했는데 맥주를 마시기도 전에, 그러니까 입에 머금고 맛만 봐도 뇌에서 도파민이 올라간다는 거다.

쉽게 말해 취하기 전에 이미 기분이 좋아져 있는 거다.

광고 보고 마신 맥주, 왜 첫 잔에서 이미 기분이 좋아질까 - Denver - 2

첫 모금이 제일 맛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그 "캬" 하는 순간을 만드는 건 알코올이 아니라 맛과 향이다.

입에 닿을 때의 쌉싸름함, 홉 향, 그리고 뒤따라오는 시원함. 이 조합이 뇌를 건드리는 거다.

탄산도 한몫한다. 그 톡 쏘는 느낌. 목으로 넘어갈 때 살짝 따끔하면서 시원한 감각 있잖아.

이게 그냥 물리적 자극이 아니라 몸한테 "아, 좋다" 하고 신호를 보내는 거란다.

일종의 보상 같은 거. 그래서 더운 날 땀 뻘뻘 흘리고 마시는 맥주 한 잔이 그렇게 미친 듯이 맛있는 거다.

몸이 이미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으니까.

그리고 맥주에는 맥아에서 나오는 비타민 B6 같은 것도 좀 들어 있다.

뇌나 신경 쪽에 도움 된다고. 뭐 이거 기대하고 마시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어쨌든 몸이 조금 편안해지는 방향으로는 작용한다는 거다.

이렇게 하나씩 뜯어보면 맥주가 그냥 "술"이라기보다는 꽤 정교하게 설계된 음료 같다.

맛, 향, 탄산, 거기에 약간의 알코올. 이게 다 같이 작용해서 사람 기분을 건드린다.

한 캔만 마셔도 괜히 하루가 정리되는 느낌, 그게 그냥 기분 탓만은 아니었던 거다.

그래서 요즘 무알콜 맥주 찾는 사람도 많은가 보다. 취하지 않아도 그 느낌은 그대로니까.

결국 우리가 좋아하는 건 알코올이 아니라 맥주라는 경험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광고 보고 시작했든, 친구 따라 마시기 시작했든, 첫 모금에서 이미 기분이 바뀐다는 거.

그게 맥주의 진짜 정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