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에서 요즘 렌트 구해본 사람이라면 다 압니다.
부동산 앱을 켜고 "2베드룸, 월 3,000달러 이하"를 입력하는 순간 검색 결과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조금 괜찮다 싶은 집은 순식간에 계약되고, 남아 있는 건 사진과 현실이 전혀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이쯤 되면 집을 구하는 게 아니라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입니다.
코리아타운도 이제 더 이상 "가성비 좋은 동네"가 아닙니다. 스튜디오 하나도 월 1,800~2,200달러가 기본입니다.
방 하나 더 있는 아파트를 찾으려고 하면 월세가 3,000달러를 훌쩍 넘는 경우도 흔합니다. 예전에는 "조금만 버티면 돈 모아서 집 사지"라는 말이 통했지만, 지금은 월세 내고 나면 통장 잔고부터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말합니다.
"LA 렌트가 조금 떨어졌잖아요."
그런데 3,300달러 하던 것이 3,100달러가 됐다고 갑자기 싸진 겁니까?
30달러짜리 햄버거가 26달러가 됐다고 저렴한 음식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생활비도 마찬가지입니다.
LA의 생활비 지수는 미국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163입니다.
쉽게 말하면 미국 평균보다 생활비가 63%나 더 비싸다는 뜻입니다. 애너하임이나 다운니보다 높고, 어바인이나 산타모니카보다는 조금 낮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일반 직장인이 어바인과 LA를 비교하면서 위안을 얻을 일이 있을까요? 둘 다 비싼 건 똑같습니다.
장을 보러 가도 한숨부터 나옵니다. 4인 가족이 한인마트를 이용하면 한 달 식비가 1,000~1,400달러 정도는 생각해야 합니다. 미국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코스트코에서 대용량으로 사고, 랄프스 세일도 기다리고, 쿠폰까지 챙겨도 계산대 앞에서는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소고기는 너무 비싸져서 예전에 가주마켓 LA 양념갈비 할인 세일같은 기억이 다른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냉동 삼겹살도 퍼다가 구워먹었었는데 이제는 그녕 추억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집밥 먹으며 절약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집밥도 만만치 않습니다.

교통비는 더 답답합니다.
LA에서는 차가 선택이 아니라 생존도구입니다. 차 유지비로 한 달에 700~900달러가 기본으로 나갑니다.
게다가 매일 트래픽으로 프리웨이건 로컬이건 길에서 막히는 시간은 덤입니다.
공과금도 착하지 않습니다. 계속 오르는 전기, 가스, 수도 요금 합치면 월 200~300달러 정도는 기본이고, 여름철 에어컨을 마음 놓고 틀다 보면 고지서를 보는 순간 더위보다 혈압이 먼저 올라갑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동쪽으로 밀려나는 겁니다. 코비나, 웨스트코비나, 다운니, 랜초쿠카몽가, 리버사이드....
생활비가 조금이라도 낮은 도시를 찾아 한 시간씩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집값을 아끼려다 기름값과 시간을 쓰는 아이러니한 삶이 반복되는 것이죠.
그래도 사람들은 LA를 떠나지 못합니다.
직장이 있고, 한인타운이 있고, 병원이 있고, 한국 음식이 있고, 커뮤니티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싼 월세는 집값이 아니라 'LA 이용료'를 내는 셈입니다.
더 답답한 건 생활비가 이렇게 비싼데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전기요금 오르고, 보험료 오르고, 자동차 등록비 오르고, 판매세도 오릅니다. 뭔가 하나 내려가는 것 같으면 다른 고지서가 올라옵니다. 마치 주민들이 숨 좀 돌릴 틈을 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MIT 자료를 보면 LA에서 성인 2명과 자녀 2명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려면 연소득 14만 달러 이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것도 '풍족하게'가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한 수준입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LA는 돈 많은 사람들만 살라고 만든 도시일까요?
아니면 평범한 사람들이 끝없이 일하면서 도시를 유지하도록 만든 거대한 시스템일까요?
분명한 건 하나입니다. LA 입장료는 해마다 조금씩, 아주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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