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생활비가 무서워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렌트는 오르고, 장보기 한 번 하면 지갑이 가벼워지고, 집 한 채 마련하는 건 점점 꿈처럼 느껴지는 시대죠. 그런데 이런 흐름을 비웃기라도 하듯 물가가 유난히 저렴한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앨라배마주 버밍햄입니다.
버밍햄의 생활비 지수는 미국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약 82 수준입니다.
숫자만 보면 감이 안 올 수도 있지만, 미국 주요 도시들과 비교하면 생활비 수준이 저렴합니다.
대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미국에서 이 가격이 가능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집값입니다. 버밍햄은 여기서부터 게임이 달라집니다.
도심 기준 1베드룸 아파트도 월 $800 - $1,200 안팎이면 구할 수 있습니다.
단독주택 역시 20만 달러 초반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애틀랜타에서 월세를 내며 빠듯하게 살던 사람이 버밍햄으로 오면 같은 돈으로 훨씬 넓은 집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라면 체감은 더 큽니다. 대출 부담 자체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식료품 가격도 비교적 착합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달 식비가 800~950달러 정도면 관리가 가능한 수준입니다. 물론 외식을 자주 하거나 유기농 식품만 고집하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인 생활이라면 미국 평균보다 부담이 적은 편입니다.
다만 한 가지 현실은 있습니다. 한인마트는 많지 않습니다. 한국 식재료를 자주 구입하는 분이라면 한인마트까지 이동하거나 온라인 주문 비용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생활비는 싸지만 모든 것이 가까이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 유지비도 미국 평균보다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버밍햄은 사실상 자동차가 필수인 도시라 기름값과 보험료는 꾸준히 들어갑니다.
그래도 남부 지역답게 주유비는 비교적 낮은 편이고, 공과금 역시 월 200달러 안팎으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버밍햄이 얼마나 저렴한지는 주변 도시와 비교하면 더 선명해집니다.
몽고메리보다도 생활비가 조금 낮은 편이고,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헌츠빌과는 차이가 제법 납니다.
애틀랜타나 내슈빌과 비교하면 아예 다른 세상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물가가 싸다는 것은 그 지역 주민들의 평균 소득도 높지 않다는 뜻인 경우가 많습니다.
버밍햄 역시 전국 평균보다 임금 수준이 낮은 편입니다. 다시 말해, 원격근무를 하거나 다른 지역 수준의 급여를 받는 사람에게는 천국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현지에서 평균적인 급여를 받는다면 생활이 마냥 넉넉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의료 인프라는 예상보다 탄탄합니다. UAB 의료 시스템 덕분에 대형 병원 접근성이 좋고, 의료 분야 종사자나 연구직 종사자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의료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생활비와 직업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도시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한국인이 정착한다면 후버(Hoover)나 베스타비아 힐스(Vestavia Hills)를 먼저 살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교적 안전하고 생활 환경이 안정적이며, 한인 식당과 교회도 이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결국 버밍햄은 화려한 대도시는 아닙니다. 밤새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도 아니고, 최첨단 기업들이 몰려 있는 곳도 아닙니다.
대신 생활비 지출이 커서 한숨 쉬는 사람들에게는 꽤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살아보면 결국 가장 무서운 것은 범죄보다도, 교통체증보다도, 매달 빠져나가는 생활비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버밍햄은 미국에서도 손꼽힐 만큼 '지갑이 덜 아픈 도시'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다만 이주를 결정하기 전에는 생활비만 보지 말고 자신의 직업, 예상 소득, 생활 방식까지 함께 비교해 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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