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앤아버로 이사 온 한 가정과 학교 문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려고 학비를 알아보다가 숫자를 보고 놀랐다는 이야기였다. 연 학비가 3만 달러를 훌쩍 넘는다는 걸 보고 처음에는 포기할까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 반응은 낯설지 않다. 한인 학부모들 사이에서 앤아버 지역 학교를 알아볼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바로 이 학비다. 그런데 막상 학교 안내 상담을 받아보면 첫 화면에 뜬 숫자와 실제로 내야 하는 금액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앤아버에서 한인 학부모들 사이에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곳은 그린힐스 스쿨(Greenhills School)이다. 6학년부터 12학년까지 다니는 사립학교로, 앤아버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연간 학비는 3만 3540달러 수준이다(그린힐스 스쿨 공식 자료 기준). 이걸 쉽게 말하면 한 해 학비만으로 웬만한 승용차 한 대 값이 든다는 뜻이다. 다만 학교 측에서 매년 300만 달러 넘는 예산을 변동 학비(Variable Tuition) 제도에 배정해, 가정 형편에 따라 실제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알아두면 좋다. 소득과 자산, 가족 규모를 종합해 매년 새로 심사하는 방식이라, 안내 책자에 적힌 최고 금액을 그대로 낼 필요는 없는 경우가 많다.
학비만 보고 판단하기엔 이 학교의 학업 실적도 짚어볼 만하다. 졸업률은 100%이고, 평균 SAT 점수는 1410점, ACT는 32점 수준이다(칼리지트랜지션스 자료 기준). 재학생과 교사 비율은 9대 1로 낮은 편이라 개별 지도가 잘 이뤄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실적이 쌓이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시 준비가 탄탄한 학교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용어가 낯설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SAT나 ACT는 대학 입시에서 보는 표준화 시험이고, 이 점수가 높을수록 상위권 대학 지원에 유리하다는 뜻이다. 입학 자체도 45% 수준의 선발 절차를 거치므로, 지원 시기와 서류 준비를 미리 챙겨두는 편이 낫다. 참고로 GreatSchools 같은 평가 사이트는 주 표준화 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학교를 비교하는데, 사립학교는 이런 시험 결과를 따로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학교가 직접 공개하는 SAT, ACT 평균이나 대학 진학 실적으로 학업 수준을 가늠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그렇다면 이 학교 근처 주거지 시세는 어떨까. 앤아버 전체 기준으로 집값의 중위 수준은 48만 9157달러다(질로우 2026년 기준, 전년 대비 3.6% 상승). 미시간 안에서도 앤아버는 미시간대학교가 있는 도시라 집값이 높은 편에 속한다. 최근 시장을 보면 학교 통학이 편한 구역일수록 매물이 나오는 즉시 거래되는 흐름도 종종 보인다. 렌트로 먼저 살아보고 나중에 매입할지, 처음부터 매입해서 정착할지 고민하는 가정도 많은데, 거주 기간이 짧거나 향후 다른 도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면 렌트로 시작해 지역을 충분히 파악한 뒤 결정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타주에서 오는 가정이라면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재산세다. 미시간은 주마다, 카운티마다 세율이 다르니 이전 살던 주 기준으로 예상 재산세를 어림잡으면 오차가 클 수 있다. 실제 매물의 재산세 고지서를 직접 확인해 보는 걸 권한다. 모기지 금리 역시 계약 시점마다 달라지므로, 사전 승인을 받아둔 금리와 실제 클로징 시점의 금리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미리 알아두면 좋다.
결국 사립학교를 고려할 때는 학비 하나만 보고 결정할 일이 아니다. 변동 학비 제도나 장학 지원까지 함께 따져보면 처음 봤던 숫자보다 부담이 줄어드는 경우도 많다. 공립학군도 함께 비교해 보는 가정이 많은데, 앤아버는 미시간대학교를 낀 교육 도시라 공립학군 평판도 나쁘지 않은 편으로 알려져 있어 두 선택지를 나란히 놓고 따져보는 것도 방법이다. 학군 경계는 시기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실제 매입을 고려하는 주소가 있다면 배정 학교를 직접 확인해 보기 바란다. 이 글은 투자나 법률 조언이 아니며, 실제 계약이나 입학 전에는 전문가와 상담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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