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FW 광역권 지리를 이해하면 플레이노 생활이 달리 보인다 - Plano - 1

플레이노에 살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는 플레이노에 사는 걸까, 아니면 DFW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사는 걸까?"

처음 텍사스로 이사 왔을 때는 그냥 달라스 근처 도시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달만 살아보면 생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국처럼 도시 경계가 확실하게 느껴지는 곳이 아니라, 도시와 도시가 거의 붙어 있어서 운전하다 보면 "어? 언제 다른 도시로 넘어왔지?" 싶은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플레이노가 달라스 북쪽에 있다는 건 다들 아시는데, 막상 주변 도시를 하나씩 살펴보면 생각보다 엄청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먼저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바로 Richardson입니다.

사실 플레이노 주민들이 가장 자주 오가는 도시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 본사가 있고, 통신과 반도체 기업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오래전부터 텍사스의 대표적인 테크 도시로 불려왔습니다. 출퇴근 시간만 되면 플레이노와 리처드슨을 오가는 차량이 정말 많습니다.

서쪽으로 가면 Carrollton이 있습니다.

한인들에게는 오히려 더 익숙한 도시일 수도 있습니다. 한인마트와 식당, 병원, 각종 비즈니스가 밀집해 있어서 플레이노에 사는 한인들도 장보러 자주 갑니다. 차로 15~20분 정도면 도착하니 생활권이 거의 겹친다고 봐도 됩니다.

북쪽으로 올라가면 분위기가 또 달라집니다.

Frisco는 정말 성장 속도가 무서울 정도입니다. 예전에는 그냥 신도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기업도 계속 들어오고 쇼핑센터도 커지고 있습니다. Dallas Cowboys의 본사와 훈련시설인 'The Star'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고, PGA of America 본부까지 이전하면서 스포츠와 비즈니스가 함께 성장하는 도시가 됐습니다.

Frisco 옆에는 Allen과 McKinney가 이어집니다.

Allen은 대형 아웃렛과 쇼핑시설 때문에 많이 찾게 되는 도시이고, McKinney는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오래된 역사 지구가 잘 보존되어 있어서 주말에 커피 한잔 마시러 가거나 가족들과 산책하기 좋은 다운타운이 있습니다. 플레이노에서 20~30분이면 갈 수 있어서 가볍게 드라이브하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동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Garland, Wylie, Murphy, Sachse 같은 도시들이 이어집니다.

Garland는 플레이노에서 약 13마일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조금 더 동쪽으로 가면 Rockwall이 나오는데, 이곳은 레이크 레이번(Lake Ray Hubbard)을 끼고 있어서 호수 전망과 여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역시 달라스 시내겠죠.

플레이노에서 다운타운 달라스까지는 약 20마일 정도입니다. 교통이 원활하면 25~30분 정도면 도착하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미국 대도시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가까운 거리입니다.

반대편으로 조금 더 가면 포트워스가 나옵니다.

포트워스까지는 차로 약 45~50분 정도 걸리는데, 달라스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카우보이 문화와 서부 개척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라서 주말 나들이 장소로도 인기가 많습니다.

공항 접근성도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DFW 국제공항까지는 약 30마일 정도라 보통 30~40분이면 도착합니다. 국제선 이용이 많다면 정말 편리합니다. 국내선을 자주 이용하는 분들은 Dallas Love Field도 많이 이용하는데, 플레이노에서는 대략 25~30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지도를 놓고 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보입니다.

플레이노 자체가 거대한 도시라기보다, 수많은 도시들을 연결하는 중심에 있다는 점입니다.

회사가 리처드슨에 있어도 출퇴근이 가능하고, 아이 학원은 프리스코에 보내고, 장은 캐롤턴에서 보고, 주말에는 맥키니에 놀러 가는 생활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많은 주민들이 이런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플레이노에 처음 이사 오는 분들에게 저는 꼭 말씀드립니다.

집을 고를 때 플레이노만 보지 말고 반경 20~30마일을 함께 보라고요.

직장이 어디 있는지, 아이 학교는 어디인지, 자주 가는 쇼핑몰은 어디인지, 공항은 얼마나 걸리는지까지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DFW는 도시 하나만 보고 생활하는 곳이 아니라 여러 도시를 하나의 생활권처럼 이용하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플레이노의 가장 큰 장점은 도시 하나가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달라스, 프리스코, 리처드슨, 캐롤턴, 앨런, 맥키니 같은 다양한 도시를 30분 안팎으로 오갈 수 있는 중심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살다 보면 "플레이노에 산다"기보다 "DFW 전체를 내 동네처럼 이용한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