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두번 월급이 들어오는 날은 잠깐이나마 기분이 좋다.
시애틀의 회색 하늘도 그날만큼은 파랗게 보이는 것 같다. 아침에 커피 한 잔, 점심엔 나름 건강 챙긴답시고 포케볼, 퇴근 후엔 친구들과 간단한 맥주 한 잔.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나면… 이상하게 통장은 늘 비어 있다.
나는 시애틀에 사는 30대 직장인이다. 세금 제하고 매달 약 $3,750 정도 수입이 들어온다. 잘버는건 아니지만 혼자살기에 그렇게 부족한 금액은 아니다.
그런데 통장을 들여다보면 잔고는 항상 부족하고 심지어 최근 몇 달은 마이너스 통장을 넘어서 크레딧카드 페이먼트로 연명 중이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정확히 따지면 나는 ‘돈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돈을 못 모으는’ 사람이다.
정확히는 돈을 모을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소비 루틴에 중독된 사람이다.
아침에 사무실 가는 길에 들르는 커피는 $6정도 하고, 주말엔 피곤하단 이유로 배달비 $5 붙은 식사를 시킨다.
구독 서비스만 해도 넷플릭스, 디즈니 스트리밍, 음악, 드랍박스, 온라인 피트니스까지 7~8개는 넘는다.
다 합치면 매달 $300은 그냥 고정적으로 나간다.
여기에 더해진 건 크레딧카드 빚이다. 한때 여자친구 사귀면서 이것저것 긁기 시작했는데, 헤어진 후 매달 최소 결제금액만 겨우 내고 있었다.
과소비 이후 그렇게 이자가 쌓이고, 갚아도 다시 쓰고…한 달에 카드 이자만 $200 넘게 깨진다.
렌트비, 자동차 리스비용, 유지비, 보험료만 $3,000불이 나가고 있어서 식비와 용돈은 $700불정도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스스로와 전쟁 중이다. 바로 무지출 챌린지.
일주일 동안 생필품 외엔 돈을 쓰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챌린지가 끝나면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욕구가 폭발해서 또 다시 보복 소비를 한다는 거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오늘만 사는 사람’이 되고, 다시 통장 잔고는 0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무지출 챌린지 → 보복소비 → 고정지출 루틴 → 카드 페이먼트 → 다시 무지출 챌린지라는 슬픈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나는 알고 있다. 이 생활은 오래 못 간다는 걸. 그래서 작게나마 변화하고 있다.
스타벅스 대신 회사 커피 마시고, 배달 앱 삭제후 집에서 요리해먹고,자동결제 구독 3개 해지했다.
아직도 카드 빚은 남아있고, 소비욕구는 여전하다.
하지만 가끔, $1,000이라도 통장에 남아 있으면 뿌듯하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최소한 이제는 ‘왜 이러는지’는 알게 됐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돈을 못 다루고 있었던 것.
이젠 장가도 가야하는데... 부모님 도움을 받을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안이하게 살아온것 같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10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조금씩 내 소비를, 내 삶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