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날씨, 비가 거의 안 온다는 게 진짜야? - San Diego - 1

San Diego 로 이사 간다고 하면 주변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반응이 거의 똑같아요. "와, 날씨 좋겠다."

사실 이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미국에서 오래 살아본 사람일수록 샌디에이고 날씨가 얼마나 특별한지 더 잘 압니다.

뉴욕처럼 겨울 눈 치울 일도 거의 없고, 텍사스처럼 숨 막히게 습하고 덥지도 않고, 시애틀처럼 몇 달씩 우울하게 비 오는 날씨도 아닙니다. 살아보면 "1년 내내 날씨 좋다"는 말이 진짜 과장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돼요.

샌디에이고는 대표적인 지중해성 기후 지역입니다. 쉽게 말하면 여름은 건조하고 따뜻하고, 겨울은 온화하면서 비가 조금 오는 스타일이에요. 연평균 기온이 약 63~65도 정도인데, 섭씨로 치면 17~18도 수준입니다.

미국 대도시 중에서는 정말 안정적인 기온이에요. 한겨울인 1월에도 낮 기온이 보통 57~66도 정도라 한국 가을 느낌 납니다.

다른 지역처럼 영하 날씨에 길 얼고 그런 걸 거의 안 겪어요. 그래서 동부 살다가 샌디에이고 오면 겨울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여름도 생각보다 견딜 만합니다. 보통 6월부터 9월 사이 해안 지역 기준 낮 최고기온이 70~80도 정도예요. 섭씨로는 21~27도 수준인데, 중요한 건 습도가 낮다는 겁니다.

햇볕은 강한데 그늘 들어가면 시원해요. 물론 내륙 쪽은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El Cajon, Santee, Escondido 같은 곳은 여름에 90~100도 넘는 날도 꽤 있습니다. 특히 8월, 9월에는 차 문 열면 열기가 확 올라오는 날도 있어요. 그래도 한국 여름처럼 습해서 숨 막히는 느낌은 덜합니다.

그리고 샌디에이고 처음 온 사람들이 의외로 놀라는 게 6월 날씨예요. "캘리포니아라며 왜 흐려?" 이런 말 많이 합니다.

이게 유명한 June Gloom 현상 때문입니다. 해안 쪽은 초여름 아침에 바다 안개가 자주 들어오는데, 오전까지 흐리다가 오후 되면 갑자기 맑아집니다. 현지 사람들은 너무 익숙해서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처음 오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서늘해서 후드티 사 입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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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정말 적게 옵니다. 연평균 강수량이 약 10~11인치 정도인데 미국 대도시 중에서도 상당히 건조한 편이에요.

참고로 뉴욕은 연간 46인치 정도, 시애틀도 38인치 가까이 됩니다. 샌디에이고는 비가 주로 11월에서 3월 사이 겨울철에 몰려서 오는데, 그것도 매일 오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몇 번 집중적으로 내리고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대신 한 번 많이 올 때는 꽤 강하게 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대기강(Atmospheric River) 영향으로 하루에 몇 인치씩 폭우가 쏟아지는 날도 있었어요. 도로 침수되고 프리웨이 막히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그렇게 비가 와도 며칠 지나면 다시 햇빛 쨍쨍해진다는 거예요.

추운 날씨는 정말 드뭅니다. 샌디에이고 시내에서 40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은 많지 않아요.

가끔 겨울 새벽에 39~42도 정도 찍으면 현지 사람들 다 패딩 입고 나옵니다. 동부 사람들은 그거 보고 웃지만, 샌디에이고 주민들 입장에서는 그게 "엄청 추운 날"입니다. 눈은 거의 없습니다.

대신 동쪽 산악 지역인 Cuyamaca Mountains 나 Laguna Mountains 쪽에는 겨울에 가끔 눈이 와요. 그래서 샌디에이고 사람들 중에는 차 타고 1~2시간 올라가서 눈 구경하고 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또 하나 유명한 게 산타아나 바람입니다. 가을쯤 되면 사막 쪽에서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확 불어오는데, 이때 체감 온도가 갑자기 올라갑니다. 습도는 엄청 낮아지고요. 문제는 이 시기가 산불 위험이 가장 높은 시즌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샌디에이고 카운티 동부 지역은 산불 경고 자주 뜹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샌디에이고 날씨는 미국 안에서도 거의 독보적인 수준입니다.

연중 맑은 날이 260일 넘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 살아보면 "오늘 날씨 별로네" 싶은 날 자체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집값 비싸도 사람들이 계속 몰리는 겁니다. 결국 샌디에이고의 가장 큰 럭셔리는 바다가 아니라 날씨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