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디에이고에서 살다 보니까 가끔 한눈에 확 들어오는 금발 미녀들과 친해질 일이 생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파티, 친구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생일잔치등.
그런데 이상한 패턴이 있다. 그들 중 상당수가 대화 중에 슬쩍 자기 SAT 점수를 흘린다. 또는 대학원 얘기를 꺼낸다.
또는 자기가 읽고 있는 책 이야기나 AI관련 정보들을 굳이 들려준다.
처음엔 그냥 자랑인 줄 알았는데, 몇 년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건 그들의 컴플렉스였다.
평생 "예쁘다"는 말만 들어온 사람은 어느 순간 의심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 게 진짜 나 자신일까, 아니면 그냥 외모 때문일까.
직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그게 실력 덕인지 확신이 안 선다.
남자가 진지한 대화를 걸어와도 그게 내 의견이 궁금해서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똑똑하다는 증거를 강박적으로 수집한다. TED 강연 인용, 팟캐스트 추천, 시사 이슈 코멘트.
문제는 증거 수집이 실제 공부보다 쉽다는 거다. 진짜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것보다 그 책 요약본 영상 보고 SNS에 올리는 게 훨씬 빠르다.
그리고 그게 사회적으로 더 효과적이다. 외모가 받쳐주니까 똑같은 한 마디를 해도 더 깊어 보이고 더 인사이트 있어 보인다.
이런 보너스를 평생 받아온 사람이 갑자기 책상 앞에 앉아서 죽어라고 물리 공식을 외우고 미적분 문제를 풀 이유가 없다.
여기에 유혹의 문제가 더해진다. 예쁜 사람한테는 매일 새로운 기회가 들어온다.
데이트 신청, 인플루언서 제안, 무료 호텔 초대, 친구의 친구의 결혼식.
그 모든 걸 거절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려면 어마어마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대부분은 안 한다. 그 결과 30대 중반쯤 되면 묘한 균열이 생긴다.
거울 속의 자신은 여전히 매력적인데, 정작 자기 머릿속에 든 게 뭔지 자신이 없는 거다.
그런데 우리가 이걸 보면서 약간의 우월감을 느끼는 것도 솔직히 위선이다.
한국인들도 다른 종류의 컴플렉스가 있다. 좋은 학교 나왔다는 강박, 자식 명문대 보내야 한다는 압박, 이런 게 다 같은 뿌리다.
자기가 가진 것 하나로 평생 평가받다 보면 그것 외의 영역에 대해서는 영원히 자신감이 없어진다.
금발 미녀의 SAT 자랑과 한국 엄마의 자식 학벌 자랑은 사실 같은 동전의 양면이다.
진짜 흥미로운 건 가장 똑똑한 금발 미녀들은 절대 자기 똑똑함을 자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이미 자기 머리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증명할 필요를 못 느낀다. 오히려 일부러 좀 멍청한 척 한다.
그게 사회적으로 편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유형도 만나 보았는데 이쪽도 상대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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