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면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꼭 한 번쯤 듣게 되는 말이 있어요.

바로 "at-will employment"라는 건데, 우리말로 풀면 "임의 고용" 정도 됩니다.

나는 달라스에 살고 있지만, 얼마 전 휴스턴 사는 사촌동생이 회사에서 해고당한 일을 겪으면서 이 개념을 아주 현실적으로 느끼게 됐습니다. 동생은 부당해고라서 법적으로 싸워 보겠다고 했는데, 지켜보니 미국 직장의 냉정한 시스템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실감했어요.

일단 at-will employment라는 건 기본적으로 회사든 직원이든 원할 때 고용을 끝낼 수 있다는 뜻이에요.

회사 입장에서는 "당신은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라고 할 수 있고, 직원 입장에서도 "저 내일부턴 안 나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거죠. 계약서에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는 한, 고용 관계는 언제든 종료될 수 있다는 게 기본 원칙이에요. 한국식 정규직 개념에 익숙했던 제 사촌동생은 이걸 전혀 모르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충격을 받은 거죠.

그렇다고 해서 회사가 무조건 아무 이유 없이, 아무 제한 없이 해고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차별, 보복, 불법적인 이유로 해고하는 건 금지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종, 성별, 나이, 종교, 장애, 임신 같은 이유로 누군가를 자른다면 불법이에요. 또 내부 고발을 했다고 해고한다거나, 노동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징계하는 것도 위법입니다.

문제는 이걸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거예요. 동생도 "상사가 나를 미워해서 이유도 없이 자른 거다"라고 주장했지만, 회사는 "실적이 낮았다"라는 공식적인 설명을 했습니다. 이런 경우 법적으로 증거를 모으지 못하면 부당 해고 소송은 거의 이기기 어렵습니다.

제가 옆에서 보니까, 동생의 싸움은 사실상 회사와 개인의 힘의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이더라고요.

변호사 상담을 받으니 "노골적인 차별이나 서류 증거가 없다면 승산이 낮다"는 말만 돌아왔고, 결국 회사는 합법적인 절차를 밟은 것처럼 포장해 버렸습니다. 미국의 at-will 고용은 이렇게 법적으로 회사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어서, 직원이 억울함을 호소해도 마땅히 붙잡을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것이 텍사스 주법이 고용주 친화적이라 해고가 더 쉽게 이뤄지는 편이에요. 그래서 직원들이 은근히 늘 대비를 합니다. 이력서를 항상 업데이트해 두거나, 네트워킹을 꾸준히 하거나, 개인 비상 자금을 쌓아두는 거죠.

언뜻 보면 불안정해 보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더 나은 기회를 찾을 자유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저도 예전에 마음에 안 드는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을 한 적이 있는데, at-will 시스템 덕분에 계약 위반 걱정 없이 바로 옮길 수 있었어요.

물론 이 제도가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특히 이민자나 언어가 서툰 사람들, 혹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가정에서는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긴장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와요. 동생도 해고되고 나서 가족들 생계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고민이 컸고, 그 불안 때문에 결국 회사와 맞서 싸우겠다고 했던 겁니다.

결국 제가 느낀 건 직장 생활을 한다면,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해고를 당하면 바로 회사를 나와야 하는 게 맞고, 그게 불법이 아닌 이상 별다른 보장은 없습니다. 다만 해고 사유가 차별이나 보복 같은 불법적 동기에 해당한다면, 법적으로 싸워 볼 여지는 있죠.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으니, 현실적으로는 항상 이직 준비와 자기 관리가 필요합니다.

휴스턴에서 억울하다며 싸우던 동생의 투쟁기를 보면서, 미국 직장은 참 차갑지만 동시에 기회가 열려 있다는 걸 다시 생각했어요. 안정적인 평생직장 개념은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게 맞고, 대신 본인이 언제든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