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LA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커피머신 앞에 서는 겁니다.

첫 잔은 눈 뜨려고 마시고, 두 번째 잔은 점심 먹고 졸릴 때 마시고, 세 번째 잔은 오후 세 시쯤 슬슬 집중력이 떨어질 때 마십니다. 이게 거의 매일 반복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매일 세 잔씩 마시는 거, 괜찮은 건가.

최근에 이 질문에 대해 꽤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하나 나왔습니다. 읽어보니까 완전히 안심은 안 되지만 그렇다고 당장 끊어야 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1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약 40년 가까이 추적한 대규모 분석입니다.

그 결과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안 마시는 사람들보다 치매 위험이 약 18% 낮게 나왔습니다. 특히 효과가 가장 뚜렷했던 구간이 하루 2~3잔이었습니다. 저처럼 세 잔 마시는 사람한테는 꽤 반가운 숫자입니다.

차도 비슷했습니다. 카페인이 든 차를 하루 1~2잔 마신 사람들한테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근데 재밌는 건 디카페인 커피에서는 이 효과가 안 보였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핵심은 커피 자체가 아니라 카페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무실에 디카페인만 고집하는 동료가 있는데, 이 부분은 좀 아쉬운 결과일 수 있겠습니다.

연구진도 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연관성을 보여준 거지, 커피를 마셨더니 치매가 줄었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건 아닙니다. 쉽게 말해서 커피가 치매를 막아준 건지, 아니면 원래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이 커피도 적당히 마시는 건지 구분이 안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커피를 꾸준히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활동량이 많고 사회생활도 활발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생활 습관 자체가 치매 위험을 낮추는 요인일 수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이 아니라 생활 전체가 영향을 미친 거일 수 있다는 겁니다. 저도 돌이켜 보면 커피 마시러 가면서 동료들이랑 얘기도 하고, 그게 나름의 사회활동이긴 합니다.

답은 양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적당한 커피는 집중력을 높이고 기분을 안정시키고 피로감을 줄여줍니다. 카페인이 뇌의 각성을 돕고 혈류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인지 기능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LA에서 사무직 하면서 오후에 멍해지는 게 일상인 저한테는 커피가 거의 생존 도구인데, 그게 완전히 나쁜 건 아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하루 4~5잔 이상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불면, 심장 두근거림, 불안감, 위장 자극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이나 고혈압, 심장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저도 한번 네 잔 넘긴 날 밤에 잠이 안 와서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건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까지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하루 2~3잔 정도의 카페인 커피가 가장 무난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뇌 건강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으면서 부작용 위험은 크지 않습니다. 반대로 디카페인만 마신다고 특별한 인지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이번 연구가 보여준 부분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건 커피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겁니다. 운동, 수면, 식습관, 사회활동 같은 생활 습관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커피는 그 안에서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소 정도로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오늘도 세 번째 아메리카노를 들고 자리에 앉으면서 생각했습니다.

건강을 위해 억지로 마실 필요도 없고, 좋아한다면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세 잔, 이 선은 지키는 게 좋겠습니다.

커피의 정답은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마시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세 잔째에서 멈추겠습니다. 아마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