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 산 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런데 요즘 시애클이 예전보다 살기 힘들어졌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시애틀은 조용하고 단정한 도시였다.

비가 자주 오긴 해도 동네는 안전했고, 물가는 캘리포니아보다는 한결 낫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갈 때마다 계산대 앞에서 한 번씩 멈칫하게 된다.

기본 식재료 가격이 눈에 띄게 올랐고, 생활용품까지 합치면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된다.

외식은 특별한 날에만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한 끼 먹고 나면 팁까지 포함해 금액이 훅 올라가니까..

집값 이야기는 더 답답하다. Seattle에서 집을 산다는 건 이제 월급쟁이 입장에서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몇 년 전만 해도 조금 무리하면 단독주택을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콘도조차 부담스럽다.

재산세도 해마다 오르고, 보험료에 각종 수리비까지 더해지니 집을 가진 사람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렌트라고 해서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니다. 계약 갱신할 때마다 월세 인상 이야기가 나오고, 이사라도 하려면 보증금과 첫 달 렌트비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예전엔 시애틀이 '비싸지만 가치 있는 도시'라는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비싸기만 한 도시'에 가까워진 것 같아 씁쓸하다.

트래픽도 빼놓을 수 없다. I-5나 405는 출퇴근 시간이 아니어도 늘 정체다. 예전에는 사고가 있을 때만 막히던 길들이 이제는 일상적으로 느려졌다.

대중교통이 잘 돼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여기 살면서 차 없이는 움직이기 힘들다. 그런데 그 차로 나가면 다시 트래픽에 갇히는 악순환이다. 하루 일정의 절반이 운전과 대기에 쓰이는 날도 많아졌다.

물론 시애틀의 장점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여전히 자연은 아름답고 여름의 짧은 햇살은 소중하다.

자연환경도 나쁘지 않고, 동네 커뮤니티도 살아 있다. 다만 예전처럼 이 도시가 주는 여유와 안정감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는 느낌은 부정하기 어렵다. 생활비는 계속 오르고, 집은 멀어지고, 길은 더 막힌다.

이제 시애틀은 여전히 정이 가는 곳이지만 예전만큼 살기 편한 도시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이 도시에 남아 있는 이유가 예전 기억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되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