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몸이 괜히 찌뿌둥하고 기운이 없고, 특별히 어디가 아픈 건 아닌데 하루 종일 컨디션이 안 좋은 날.

그런 날이면 나는 거의 습관처럼 미역국을 끓인다. 덴버에 살다 보니 한국 음식이 더 생각나는 날이 있는데, 특히 몸 상태가 별로일 때는 이상하게 미역국이 먼저 떠오른다. 따끈하게 한 그릇 먹고 푹 자고 나면 다음 날 몸이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덴버살다 보니 이상하게 나이가 들수록 미역국이 몸을 편하게 해주는 음식이라는 느낌이 점점 더 강해진다. 덴버에 살다 보면 일단 날씨가 꽤 춥다. 눈이 자주 오고 공기가 건조해서 피부도 쉽게 당기고 몸도 뻣뻣해진다. 여기에 덴버는 해발 약 1600미터 정도 되는 도시라서 고도가 꽤 높은 편이다. 처음 이사 온 사람들은 숨이 약간 가쁘거나 두통을 느끼기도 한다. 공기가 얇은 환경에 몸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은 생각보다 몸에 스트레스를 준다. 그래서 덴버에서는 겨울철에 따뜻한 국물 음식이나 영양 있는 음식을 챙겨 먹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알고 보니 미역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미네랄이 꽤 많이 들어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요오드가 많다. 요오드는 갑상선 기능과 관련이 있는 영양소라서 몸의 에너지 조절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몸이 피곤할 때 이런 미네랄을 보충해 주면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또 미역에는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성분도 꽤 들어 있다. 이런 미네랄은 근육 긴장을 풀어 주는 역할을 한다. 몸이 찌뿌둥할 때 미역국을 먹으면 괜히 몸이 편해지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일 수도 있다.

미역 자체도 소화가 편한 식재료다. 기름진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은 속이 더 부담스러울 때가 있는데 미역국은 비교적 부드럽고 담백하다. 따뜻한 국물까지 함께 들어가니 몸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

내가 미역국을 끓이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먼저 마른 미역을 물에 10분 정도 불린다. 그러면 양이 꽤 많이 늘어난다. 불린 미역을 한 번 헹군 다음 먹기 좋게 자른다.

냄비에 참기름을 조금 두르고 미역을 먼저 살짝 볶는다. 이 과정이 은근히 중요하다. 미역을 그냥 끓이는 것보다 한번 볶아주면 국물 맛이 훨씬 깊어진다. 미역이 살짝 숨이 죽으면 물을 붓고 끓인다.

나는 보통 소고기를 조금 넣는 편이다. 국거리용 소고기를 볶다가 미역을 넣고 함께 볶아도 좋고, 미역을 볶은 뒤에 고기를 넣어도 괜찮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국간장과 다진 마늘을 조금 넣는다. 간은 너무 세게 하지 않는 게 좋고 파는 넣지 않는다.

20분 정도 천천히 끓이면 국물이 점점 깊어지면서 미역국 냄새가 집 안에 퍼진다. 이 냄새를 맡으면 괜히 마음도 편안해진다. 마지막에 소금으로 간을 조금 맞추면 완성이다.

나는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밥을 많이 먹기보다는 미역국 한 그릇을 김치꺼네 놓고 아주 천천히 먹는다. 따뜻한 국물이 속으로 들어가면 몸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날은 일찍 잠을 잔다.

재밌는 건 다음 날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몸이 전날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질 때가 많다. 물론 미역국 한 그릇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몸이 지쳤을 때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고 충분히 쉬는 것 자체가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요즘도 컨디션이 별로인 날이면 고민하지 않는다. 냉장고에서 미역을 꺼내고 조용히 냄비를 올린다. 미역국 한 냄비 끓여 놓으면 이상하게 마음도 편해진다. 그리고 그날 밤에는 푹 자려고 노력한다.

몸이 찌뿌둥한 날, 미역국 한 그릇이 생각나는 이유가 괜히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지금도 미역국이 일종의 "컨디션 회복 음식"처럼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