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하고 한 5년쯤 되면 참 묘한 시기가 오는것 같아.
연애할 때는 콩깍지 때문에 안 보이던 것들이 갑자기 보이기 시작하잖아.
결혼 초반 감정은 어디 갔는지 없고, 멍하니 앉아서 "아, 내 인생이 이제 그냥 이렇게 굴러가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
나 올해 서른아홉인데, 요즘 딱 그 구간에 있는 기분.
친구들 만나면 다들 비슷해.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눈빛은 다들 똑같아.
남편 얘기 안 할 수 없지.
연애할 땐 손만 스쳐도 심장이 먼저 반응하던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내가 씻고나오면 갑자기 물을 그렇게 마셔.
아니 그 타이밍에 왜 그렇게 목이 마른 건데.
남은 씻고나왔는데 혼자 맥주캔 따면서 피곤하다는 말은 또 얼마나 자주 하는지.
회사 일 힘든 거, 애 보고 나면 기운 쪽 빠지는 거 다 이해해.
근데 머리로 이해하는 거랑 마음이 괜찮은 건 또 다르잖아. 괜히 내가 이제 여자로 안 보이나 싶고.
거울 보는 것도 솔직히 예전 같지 않아.
애 낳고 나서 변한 몸이랑 피부 보면 내가 봐도 짜증 나.
탄력은 진작에 없어졌고 이제 좋은 크림 바른다고 드라마틱하게 달라질 리도 없고.
예전엔 화장대 앞에 앉으면 괜히 기분 좋아졌는데,요즘은 화장하다가 주름 먼저 보여서 한숨부터 나와.
이런 나를 남편이 예전처럼 봐주길 바라는 게 욕심인가 싶다가도,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싶어서 억울해지기도 해.
더 웃긴 건 싸울 힘도 없다는 거야.
크게 싸우는 집보다 각자 말없이 핸드폰만 보는 집이 더 위험하다는 말 있잖아.
그 말이 딱 맞아. 대화는 최소한인데 생활은 기가 막히게 돌아가.
애 밥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다음 날 준비물 챙기고. 루틴이 너무 완벽해서 감정이 끼어들 틈이 없어.
그래도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면 좀 낫다.
"야, 우리만 그런 거 아니야. 다 이렇게 살아. 5년 차는 원래 그래."
이 말이 위로가 될 때도 있고, 가끔은 너무 무서운 말처럼 들릴 때도 있어. 그냥 참고 살라는 말 같아서.
그래서 요즘은 아주 소심하게 반항 중이야.
애 유치원 보내고 혼자 카페 가서 옛날 사진을 봐.
연애하던 시절의 나, 신혼여행 가서 웃던 우리. 지금이랑은 많이 달라 보여도, 그 안에 아직 내가 있더라.
결혼 5년 차 권태기는 사랑이 끝났다는 신호라기보다는 삶이 너무 현실이 됐다는 알림 같아.
설렘 대신 책임이 자리 잡은 상태랄까. 이걸 넘기면 더 단단해지는 건지, 그냥 무뎌지는 건지는 아직 모르겠어.
근데 하나는 확실해. 우리 다 이렇게 투덜대면서도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어. 그걸로 일단은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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