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아웃이라는 이름, 게임 좀 해봤다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비디오 게임 시리즈 중 하나라고 불릴 정도니까요. 그런데 그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다가 드라마로 만든 작품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전 세계 팬들이 술렁였죠. 가진 자와 가진 것 없는 자, 방사능에 뒤덮인 황무지 속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TV 화면 속으로 펼쳐졌습니다.

이야기는 핵전쟁이 터진 지 200년이 훌쩍 지난 2296년에 시작됩니다. 게임 뉴 베가스, 폴아웃4보다 약 10년쯤 뒤 설정이라고 하네요. 무대는 로스앤젤레스 해안 절벽 아래 자리한 볼트 33. 모범생 루시가 평생 살아온 대피소를 떠나 처음으로 지상으로 나가는 장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밖은 위험하다"는 말만 듣고 자라온 아이가 진짜 황무지에 발을 내딛는 찰나, 어쩐지 우리도 같이 바깥 공기를 맡는 느낌이 들죠.

이 드라마의 기본 설정이 꽤 재미있습니다. 볼트라는 지하 벙커는 사실 단순한 피난처가 아니라, 입주민 몰래 각종 사회 실험을 진행하던 장소였다는 것. 드라마는 이 비밀을 아주 깊숙하게 파고듭니다. 주인공도 셋이 뚜렷하게 나뉘어요. 아빠를 찾아 황무지로 나온 순진한 루시, 파워 아머를 입은 브라더후드 신참 맥시무스(정의감과 허세 사이에서 줄타기 중), 그리고 전쟁 전엔 잘나가던 배우였지만 200년을 구워져 살아남은 총잡이 '더 굴'. 이 셋이 만나면서 충돌하고 의지하고, 또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과정을 보는 맛이 있습니다.

게임 팬이라면 더 반가운 장면도 많습니다.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 NCR, 레이더 같은 익숙한 세력이 그대로 등장하고, 시즌1 엔딩에서는 '새디 샌즈'가 핵으로 날아가 버리죠. 덕분에 세계관 타임라인이 확 넓어졌습니다. 게다가 볼트 33, 31, 32가 서로 다른 실험으로 얽혀 있다는 건 드라마만의 설정이라 신선했고요. 제작진이 아예 "드라마도 공식 세계관의 일부"라고 못 박았기 때문에 게임이랑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입니다.

비하인드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제작 총괄이 웨스트월드의 조너선 놀런과 리사 조이라는 점부터 믿음이 가고, 토드 하워드가 직접 EP로 참여했다고 하니 팬들의 취향을 놓칠 일이 없죠. 촬영은 뉴욕 스튜디오 세트에서 진행됐고, 사막 장면은 나미비아와 유타에서 찍었다네요. 음악은 라민 자와디가 맡아 40~50년대 올드팝에 서부극 감성을 살짝 얹었는데, 폴아웃 특유의 그 분위기가 딱 살아납니다.

그리고 많은 팬들이 궁금해 할 부분, 시즌2! 시즌1 엔딩에서 뉴 베가스로 향하는 힌트가 등장했죠. 다음 무대가 네바다 사막이라면, 게임 팬들 기대치는 더 폭발할 겁니다. 지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시즌1 전편(총 8화)이 공개되어 있으니 주말에 정주행해 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끝나고 나면 아마 이 황무지 세계관에 푹 빠져 있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