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재선되면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바로 끝날것처럼 이야기 했지만 이 전쟁은 여전히 끝날 기미가 없다.

가끔 나는 푸틴이란 사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궁금해진다.

좋은 말로 ‘단단한 사람’이지, 직설적으로 말하면 참 고집 세다.

푸틴을 잘 이해하려면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해 봄,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겼고, 실제로 병력을 보내 그냥 가져가 버렸다.

국제사회는 시끌시끌했고, 우크라이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크림은 원래 소련 시절엔 러시아 땅이었는데, 1954년에 우크라이나로 ‘행정구역상’ 이관된 바 있다.

그러다 소련이 무너지면서 우크라이나 영토가 되었고, 러시아는 늘 찝찝해했지.

푸틴은 그걸 기회로 삼았고, “러시아계 주민들을 보호하겠다”는 이유로 크림반도를 통째로 가져갔다.

그러곤 그 해 가을, “이제 여긴 러시아 땅이야” 하고 선언했다. 그때부터 모든 게 시작된 셈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22년, 러시아는 또다시 움직였다. 이번엔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 전쟁을 걸었다.

푸틴은 다시 한번 “우리 민족 보호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속마음은 아마도 다를 거다.

그는 한때 이렇게 말했다. “소련의 붕괴는 20세기 가장 큰 비극이다.”

이 말을 이해하면 이 전쟁이 이상하지 않다. 그는 옛 제국을 복원하고 싶은 사람이고, 우크라이나는 그 구상의 첫 번째 조각이다.

거기다 나토가 동유럽까지 진출하려 하니까 전쟁은 시작됐고,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왜 안 끝내느냐고? 푸틴 입장에선 이건 그냥 싸움이 아니라 이미지 전쟁이기도 하다.

“우리가 밀리면 러시아는 끝장이다”라는 심리. 물러서면, 그간 쌓아온 철권 통치 이미지가 흔들리니까.

그리고 그는 시간이 자기 편일 거라고 생각하는듯하다.

서방은 자기자신들의 문제로 지칠 테고, 우크라이나도 버티다 지칠 테고, 그러면 자신이 원하는 그림이 완성될 거라고.

하지만 이건 오래된 착각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 안에서도 불만이 쌓이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있다.

푸틴은 몰라도, 우리처럼 바깥에서 보는 사람들은 느낀다. 이 전쟁, 끝이 없으면 끝장이 날 거라는 걸.

나는 요즘 정원을 돌보며 6월들어 활짝 핀 라벤다를 본다. 푸틴이 전쟁을 일으키던 해, 나는 라벤다를 심고 가꾸기 시작했다.

이제 향기로운 보라색 라벤다는 매년 늦봄이 되면 바람을 타고 은은한 향을 퍼뜨린다.

누군가는 향기로 남는 해를 만들고, 누군가는 화약 냄새로 기억되는 해를 만든다.

푸틴에게 묻고 싶다. 정말, 아직도 이 싸움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냐고.

꽃은 언젠가 다시 피겠지만, 사람 목숨은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