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인터넷 돌아다니다 보면 "이제 흑화하는군..." 이런 문장 한 번쯤은 본다.
흑화? 이게 원래는 만화나 애니에서 캐릭터가 어두워지고 강해지는 멋진 장면을 말하는 건데, 요즘은 그냥 기분 나쁘면 흑화, 시험 망쳐도 흑화, 심지어 컵라면 불어도 흑화라고 붙인다. 말이 너무 흔해지고 막 쓰이는 느낌이 든다.
덕분에 원래 의미는 이미 저 멀리 도망갔고, 이제는 대충 "착하던 애가 빡쳐서 나빠짐" 정도로 굳어진 느낌이다. 사실 흑화는 말 그대로 외형이 어둡게 바뀌거나 어둠 속성으로 각성하는 걸 뜻했던 건데 말이지. 일본에서는 야미오치, 아쿠오치라고 따로 말하지만 우리는 그냥 다 싸잡아 흑화라고 부른다. 편하긴 한데 좀 막 쓴다. 뭐, 다들 알고도 그러는 분위기라 더 할 말은 없다만.
흑화 소재가 왜 인기냐고 하면 간단하다. 착한 애가 갑자기 눈빛이 싸늘해지고 등장할 때 그 쾌감. 평소엔 감자처럼 굴던 애가 갑자기 "상냥함? 그거 다 버렸다" 하는 순간, 보는 사람 입꼬리가 올라간다. 특히 아군이 적으로 뒤집히면 재미가 폭발한다. 내부 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 던지기만 해도 치명타. 기본 스탯도 갑자기 미친 듯이 올라간다. 작품마다 이유는 천차만별인데, 이상하게 악에 빠지면 다 강해진다.
현실에선 스트레스 받으면 병만 생기는데 말이지. 그리고 대부분 이 흑화 루트는 비극으로 간다. 멋지게 변했다가 장렬하게 퇴장하거나, 잠깐 돌아왔다가 죽고, 심지어 홀로 사라지며 뒷맛 씁쓸하게 남기기도 한다. 진짜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건 대개 개그물이나 1회성 이벤트다. 현실도 이런 식이면 세상에 살아남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다크 히어로나 안티 히어로도 흑화? 그건 사실상 의미 없다.
어차피 이미 반쯤 어두운데 뭘 더 까맣게 할까. 얀데레도 마찬가지다. "흑화했다!" 해도 그냥 원래대로인 느낌. 그래서 흑화는 꼭 착하고 순진한 애한테 써야 맛이 있다. 그래야 충격이 있고 사람들이 반응한다.
늘 웃으며 쿠키 굽던 캐릭터가 갑자기 칼 들고 나오면 "오 이게 흑화지!"라고 소리치게 되는 그런 묘한 맛. 결국 인간 심리는 참 단순하다. 평범했던 게 박살나는 순간을 보고 싶어 한다.
재미있는 건 이게 이제 밈이 됐다는 점이다. 현타 오거나 감정 상하면 "내 안의 어둠이 깨어난다..." 같은 소리 하고, 친구가 오글거리는 말 하면 "흑화 중2병 발동했네"라고 놀린다. 언론에서도 주인공이 배신 루트 타면 다크+이름 조합으로 제목 뽑는다. 다들 한 번쯤은 타락 캐릭터에 설렌 경험 있으니 이런 밈이 먹히는 걸 거다.
게다가 팬아트 세계에서는 흑화판이 원본보다 더 인기 있을 때도 많다. 원작에서 얻지 못한 복수, 해결되지 않은 상처, 그런 IF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건 "착했지만 이제 웃지 않는 주인공"의 쓸쓸한 멋일지도 모른다.
근데 생각해보면 좀 웃기다. 현실에서 사람이 조금 냉정해졌다고 "흑화했다"고 하는 거 보면, 다들 마음속 어두운 면을 은근히 동경하는 것 같다.
선한 척하지만 가끔은 다 태워버리고 싶은 날도 있고, 착하게 살다가 손해만 보면 어둠 쪽이 더 솔깃해지기도 한다. 흑화라는 말이 유행한다는 건 결국 우리도 어둠의 로망을 갖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오늘도 누군가 말한다. "크큭... 흑화하는군..."
사실은 그냥 기분 나쁜 거일 뿐인데, 괜히 멋있게 포장해본다.
이게 요즘 흑화다. 멋은 있고 현실성은 별로 없고, 하지만 괜히 끌리는건 인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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