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엘에이 얘기만 나오면 좀 복잡합니다.
좋은점 보면 일단 여기가 날씨 끝내주죠. 한겨울에도 패딩 꺼낼 일이 별로 없고, 바다 있고 산 있고 뭐 살기 아주 좋으니까요.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음식 때문에 고생할 일도 없습니다.
설렁탕 먹고 싶으면 윌셔길 설렁탕집 가면 되고, 순대국 먹고 싶으면 웨스턴 길 순대국집 가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살기 좋은 곳에서 왜 자꾸 사람들이 텍사스니 애리조나니 네바다 이사갈까요.
왜 LA 상권은 망해가고, 공립학교는 학생들이 없어서 문닫는다고 난리일까요
저는 결국 이게 다 돈 문제라고 봅니다.
주민들이 세금과 각종 비용에 질렸다는 것도 괜한 소리는 아닙니다.
LA시의 2026~27년 예산을 보면 재산세 관련 수입이 약 31억 달러, 비즈니스세가 약 9억 달러, 판매세가 약 6억8천만 달러입니다.
도시를 굴리려면 당연히 세금이 필요합니다. 경찰도 월급 줘야 하고 소방서도 운영해야 하고 길에 난 팟홀도 빨리 빨리 메워야 하니까요.
그런데 돈 내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집 가지고 있으면 재산세 내죠. 물건 사면 판매세 붙죠. 장사하면 비즈니스세가 따라오죠.
거기에 허가, 라이선스, 각종 규정과 수수료까지 하나둘 붙습니다.
한국 사람들 이런 거 제일 싫어하잖아요.
"아니, 도대체 안 내는 돈이 뭐야?" 바로 이 말 나옵니다.
캘리포니아 개인소득세도 최고 세율이 12.3%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12.3%를 내는 건 절대 아닙니다. 누진세라 고소득 구간에 적용되는 세율이죠.
그래도 돈을 많이 버는 사람 입장에서는 텍사스의 개인 주 소득세 0%라는 숫자가 눈에 안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텍사스가 공짜 세상이라는 얘기도 아닙니다.
텍사스에서 집 한번 사보세요. 재산세 아주 쎕니다.
하지만 집가격이 싸서 이젠 납부금액 수준은 엘에이 재산세도 비슷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내가 이 돈 내면서 꼭 캘리포니아에 살아야 하나?"
실제로 2024~25년에도 약 23만 명 순유출이 이어졌습니다.
LA카운티 인구 역시 2024년 약 975만 명에서 2025년 약 970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반면 텍사스와 애리조나의 대표적인 대도시 카운티들은 같은 기간 확 성장했습니다.
텍사스의 Harris County는 약 500만 명에서 505만 명 수준으로 늘었고, 피닉스가 있는 Maricopa County 역시 약 465만 명에서 469만 명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렇다고 "LA 사람들이 세금 때문에 전부 텍사스로 도망갔다"고 쓰면 그건 팩트가 아닙니다.
주거비 때문에 움직이는 사람도 있고 직장 때문에 가는 사람도 있고 은퇴해서 떠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빠져나가고 사업체들이 비용을 따지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세수 부족을 또 다른 세금과 수수료로 해결하려 들면 문제가 생깁니다.
제가 식당 아줌마라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손님이 100명 오다가 80명밖에 안 옵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주방에서 고민하다가 나와서 하는 말이,
"손님이 줄었으니까 설렁탕을 18달러에서 22달러로 올립시다."
아니, 사장님.
지금 가격표 바꿀 때가 아니라 손님이 왜 안 오는지부터 알아봐야죠.
LA시도 실제로 재정이 넉넉한 상황이 아닙니다.
2026년 예산 과정에서도 수억 달러 규모의 재정 부족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그러니 정부 입장에서도 세금을 걷어야 하는 사정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세금이라는 게 참 희한합니다.
세율을 올린다고 세수가 영원히 같이 올라가는 건 아닙니다. 사람과 기업은 나무가 아니라서 땅에 뿌리를 박고 가만히 있지 않거든요.
기업에는 다리가 있고, 부자에게는 비행기표가 있고, 중산층에게는 U-Haul이 있습니다.
텍사스나 애리조나도 천국은 아닙니다.
텍사스는 재산세가 부담스럽고 여름에는 문 열고 나가면 누가 헤어드라이어를 얼굴에 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애리조나는 더합니다. 피닉스 한여름에는 자동차 문손잡이 잡기도 겁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움직인다는 건 결국 계산이 달라졌다는 뜻입니다.
LA가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인구 몇만 명 줄었다는 숫자 하나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사람들 머릿속에서 "비싸도 LA니까 살지."
이 생각이 "그 돈 내면서 굳이?" 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한국 사람 장사하는 분들은 이걸 아주 잘 압니다.
단골손님이라고 평생 우리 가게 오는 것 아닙니다.
가격 계속 올리고 서비스 나빠지면 20년 단골도 어느 날 쌀쌀하게 오지않고 싼 옆집 갑니다.
도시라고 다를까요.
세금 내는 주민과 기업을 절대로 영원한 단골손님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계산서를 계속 내밀기 전에 왜 손님들이 문밖으로 나가는지부터 한번 물어봐야 합니다.
LA에는 아직도 좋은 게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더 아깝습니다.
다 가지고 있는 도시가 사람들에게 "그래도 여기 살아야지"가 아니라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라는 계산을 하게 만들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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