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살다 열대 과일이나 푸짐한 로컬 푸드도 좋지만 결국은 내 몸이 편안해지는 소박한 채소 하나에 더 집착하게 되더라고요.

저한테는 그게 바로 양파예요.

냉장고에 양파가 넉넉하게 쟁여져 있지 않으면 괜히 마음이 불안해서 장 보러 갈 때마다 카트에 제일 먼저 담게 됩니다.

고기 요리에 툭툭 썰어 넣거나 국물 낼 때 쓰는 것도 좋지만, 제가 가장 사랑하는 건 아주 얇게 채 썬 '양파 샐러드'예요.

이건 하와이의 덥고 습한 날씨를 이겨내게 해주는 저만의 필살기라 주변 지인들도 레시피를 참 많이 물어봐요.

만드는 법도 세상 간단합니다.

일단 양파를 최대한 얇게 썰어서 찬물에 잠깐 담가두는 게 시작이에요. 매운기를 완전히 빼버리면 심심하니까 아삭한 식감과 특유의 알싸함이 살짝 남을 정도로만 두는 게 포인트죠.

물기를 탈탈 털어낸 뒤에 식초, 마늘즙 조금, 그리고 요리당 한 숟갈, 실란트로나 채썰은 파를 조금 넣습니다.

여기서 저만의 비법은 바로 피시소스예요. 아주 살짝만 떨어뜨려 주면 맛의 깊이가 아예 달라지거든요.

처음엔 "샐러드에 웬 젓갈?" 하실 수도 있는데, 적당히 넣으면 감칠맛만 싹 올라와요.

기름 한 방울 안 들어가는데도 신기하게 계속 손이 가는 중독성 있는 맛이죠.

입맛 없는 하와이 오후에 밥 대신 이걸 한 접시 가득 만들어서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몸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어요.

기름진 음식 곁들일 때도 좋지만, 그냥 이것만 먹어도 충분히 훌륭한 한 끼가 되더라고요.

사실 제가 이렇게 양파를 고집하는 데는 건강 문제도 한몫해요.

나이가 들수록 혈압이나 혈행 관리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생양파 속 성분이 혈관을 부드럽게 해주고 피를 맑게 해준다는 건 이제 거의 상식이죠.

특히 하와이처럼 야외 활동이 많은 곳에선 혈액순환이 정말 중요한데, 양파를 꾸준히 먹어서 그런지 확실히 몸이 좀 가벼운 느낌이 들어요.

물론 양파가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만, "안 먹는 것보단 백번 낫지"라는 마음으로 챙겨 먹다 보니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됐네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이 소박한 식재료가 제 혈관을 지켜준다고 믿으니 더 맛있게 느껴지나 봐요.

주변에서는 하와이 살면 매일 아사이볼이나 망고만 먹고 살 줄 알지만, 저는 이렇게 투박한 양파 한 알이 주는 행복이 더 커요.

화려한 외식보다 내 손으로 정성껏 채 썰어 만든 음식이 결국 내 몸을 가장 잘 돌봐주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