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Hawaii)에서 가끔 신기한 'STOP 사인'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어디를 가도 빨간색 STOP 표지판은 똑같이 생겼는데, 이상하게 하와이에서는 가끔 파란색이나 녹색 배경의 STOP 사인이 보이곤 합니다. 처음엔 "이거 장식용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꽤 흥미로운 지역적 특징이 숨어 있더군요.

하와이에서 파란색 STOP 사인을 처음 본 건 오아후(Oahu) 섬 북쪽의 작은 동네였습니다. 평범한 교차로였는데, 익숙한 빨간색 대신 파란색 배경에 흰색 글씨로 'STOP'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그때 사람들은 이게 뭐지하면서 말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 표지판은 공식적인 정부 설치물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나 개인 부지가 직접 만든 표지판 이라고 하더군요.

하와이에서는 도로가 주정부나 시정부 관할이 아닌, 사유지나 프라이빗 로드(Private Road)로 분류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법적으로 반드시 빨간색을 써야 한다는 규정이 느슨해서 주민들이 직접 구입해 설치한 파란색이나 녹색 STOP 사인이 등장한 거죠.

파란색 STOP 사인은 주로 콘도 진입로, 리조트 단지, 농장길 같은 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멋부리기용'이 아니라, 해당 구역이 일반 도로가 아니라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즉, 공공 도로에서는 교통 법규 위반으로 벌금을 물 수 있지만, 개인 도로에서는 그런 법적 효력이 다르게 적용된다는 걸 구분하려는 용도죠.

하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는 헷갈리기 마련입니다. 미국 본토에서는 빨간색 외의 STOP 사인은 거의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와이에서는 이런 '유연함'이 어느새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녹색 STOP 사인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주로 시골 지역이나 바닷가 근처, 혹은 로컬 주택가 쪽에서 가끔 발견됩니다.

녹색 배경은 대체로 환경보호 단체나 농장 커뮤니티에서 선호하는 색이라고 해요. 하와이 특유의 자연친화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어 '자연을 닮은 사인'을 직접 만들어 세우는 거죠. 그래서 멀리서 보면 꼭 "정지"라기보다 "쉬어가세요"라는 느낌이 듭니다. 어쩌면 그게 하와이 사람들의 철학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와이의 교통 문화는 전반적으로 여유롭습니다.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보면 헬멧 안써도 불법이 아닙니다. 운전 중 끼어들기 싸움도 거의 없고 횡단보도 앞에서는 대부분 차가 먼저 멈춰줍니다. 그래서 파란색 STOP 사인을 봐도 신호를 무시하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알로하(Aloha) 정신"이 도로 위에도 깃들어 있는 셈이죠.

관광객들이 이런 STOP 사인을 보고 SNS에 올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와이에서는 STOP도 힐링 색깔이다"라며 파란 표지판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종종 보죠. 사실 이런 표지판은 규격상 정식 교통 표지는 아니기 때문에, 주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불편함보다는 오히려 '우리 동네만의 개성'으로 생각합니다. 일부 리조트 단지에서는 STOP 사인 색깔을 건물 디자인과 맞추기도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터키색 바다를 배경으로 한 해변 리조트에서는 바다색과 어울리는 파란 STOP 사인을 세워두기도 합니다. 관광객들에게는 '인스타 포인트'가 되고 리조트 입장에서는 홍보 요소가 되는 셈이죠.